[관망경]도로명 주소와 손절매

[관망경]도로명 주소와 손절매

광화문에 위치한 안전행정부는 비교적 평온하다. 그런데 요즘 좀 분주해졌다. 대통령 업무보고에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국회 청문회 준비로 적잖은 고위 공무원들이 비상대기 모드다. 여기에 도로명 주소가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했다. 설 연휴를 전후해 신문과 방송의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인지 요즘 만나는 안행부 고위 공무원은 도로명 주소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한다.

`손절매`라는 주식용어가 있다. 주가(株價)가 계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손해를 감수하면서 주식을 파는 것을 말한다. 개미 투자가가 본전생각을 할 때, 선수(?)들은 눈물을 머금고 주식을 던지면서 후일을 도모한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이 같은 손절매가 쉽지 않다. 정책적 안전성과 국민들의 신뢰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해 정책적 손절매를 한 사례도 없지 않다. 지난 2011년 경찰청이 추진하다 철회한 `3색 화살표 신호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청은 “현행 신호등이 불편하지 않는데 왜 바꾸느냐”라는 역풍을 맞고 손절매를 택했다.

도로명 주소 정책은 대표적인 `공급자 위주 정책`으로 보인다. 수요자인 국민들의 강한 요구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기존 지번 주소 체계 사용에 불편함을 못 느꼈던 국민들은 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한다. 정책의 출발점이 수요자인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개혁을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박수를 치고 있지 않는가. 도로명 주소 도입을 위해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만 4000억원이다. 적잖은 국민이 불편해 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정책에 앞으로도 많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손실이 예상된다면 차라리 손절매를 검토하는 것이 어떨까.

김원석 비즈니스IT부 차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