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휴대폰 보조금 과열 사태가 빚어진 지난 11일의 ‘2·11 대란’때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판매자에게 들었던 내용과는 달리 비싼 할부원금이 부과되거나 수리가 필요한 불량 제품을 배송 받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개통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피해도 속속 드러났다. 특히 가짜 공동 구매 카페를 개설하고 개인정보만 빼가는 사기수법도 등장, 보조금으로 인한 소비자 2차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1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스마트폰을 공짜로 살 수 있다는 판매점의 설명을 듣고 3년 약정으로 이동통신에 가입한 A씨는 홈페이지에서 계약 내용을 조회한 후에야 당초 설명과 달리 86만7000원의 할부원금으로 계약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입 후 이틀 뒤 받은 계약서에는 할부원금 부분을 명함으로 가려놓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가 홈페이지 조회 후에야 실제 계약 내용을 파악한 것이다.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따지자 판매자는 “2년 후 판매점에 연락하면 할부원금을 소멸해 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아이폰5S를 10만원에 구입하기로 하고 이동통신에 가입한 B씨는 닷새나 지난 후인 16일에야 기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10만원을 먼저 내면 할부원금을 0원으로 해주기로 했지만 이날 판매점은 “출고가로 일단 개통하고 1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내달 말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기기도 신청한 것과는 달리 검은색이었다.
당초 구두로 계약한 내용과는 다른 내용의 계약서를 받아든 피해사례다. 이런 피해를 유발하는 판매점은 대부분 “실제로는 휴대폰 값이 0원이고, 정부 단속을 피하기위해 계약서에만 할부원금을 비싸게 쓰고 나머지 금액은 따로 입금해준다”는 수법을 쓴다. 나중에 판매점이 발뺌을 해도 소비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포털사이트에 속칭 ‘공카(공동구매 카페)’를 개설하고 가입 희망자를 끌어 모은 후 개인정보만 챙기고 카페를 폐쇄해 버리는 사례도 있다. 일부 공동구매 카페는 11일 “보조금이 풀렸는 데 공동구매를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유혹해 주민등록증 사본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받은 후 “물량이 없다”며 취소했다.
이 경우 계약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전무하다. 개인정보 삭제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한 판매점 사장은 “판촉에 활용할 개인정보 습득을 위해 확보한 물량 이상으로 접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수리가 필요한 불량 제품을 보내준 뒤 “남은 물량이 그것뿐이고, 포장을 뜯었으니 철회는 어렵다”고 발뺌하는 판매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이 보조금 지급 여력도 없이 과열된 시장에 편승해 우후죽순 소비자 유치에 나서면서 생기는 일”이라며 “구두 계약 내용과 다를 경우 즉시 개통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정식 계약서 작성을 완료하는 가입 방식이 아니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