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도 아디다스와 손잡아라

[데스크라인]삼성도 아디다스와 손잡아라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부동산 비즈니스와 비슷하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이 지난해 열린 ‘스마트와치2’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팔을 시작으로 머리와 손가락, 다리, 발처럼 웨어러블 기기를 쓰는 신체 부위는 정해져 있다. 알토란같은 땅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수익성이 달려 있는 부동산 개발처럼 웨어러블 기기 사업 역시 신체 부위를 어느 기업이 앞서 점령하는가에 성패가 좌우된다는 의미다.

히라이 사장은 “웨어러블 기기 일급지를 차지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혼자의 힘보다는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끼리 연합을 이뤄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이를 증명하듯 소니는 최근 스포츠용품 기업 요넥스와 손잡고 ‘스마트 테니스 센서’를 발표했다. 테니스 라켓 손잡이 아래에 붙이는 이 제품은 공의 속도와 회전 수, 공이 스트링(줄) 어디에 맞았는지까지 파악해준다. 주력 사업이 다른 기업이 노하우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성과다.

웨어러블 기기 콜라보레이션의 대명사는 애플과 나이키다. 양사 협력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이키 운동화에 내장된 센서로 이용자가 달린 거리와 시간,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애플 아이팟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이 시작이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음악과 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도 양사의 2인3각 경주는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나이키가 출시한 웨어러블 기기 ‘퓨얼밴드SE’ 역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만 지원한다. ‘안드로이드를 외면한 나이키의 자만’이라고 혹평하면서도 브랜드 파워가 높은 두 제품의 돈독한 관계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모바일 기술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곧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연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스마트와치 신제품을 발표한다. 갤럭시S5도 기대가 크지만 개인적으로 갤럭시기어2가 더 궁금하다. 전작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선됐을까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혹평을 받다가 이제는 시장점유율 1위가 된 삼성전자의 저력을 감안해도 시장의 불안감은 씻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다르다. 웨어러블 기기의 성공 요소는 단지 기술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보다 디자인이나 사용자 경험 비중이 더 커진다. 심지어 패션 감각마저 필요하다. IT에 문외한인 나이키가 애플과 만나 웨어러블 기기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는 비결이다.

삼성전자도 웨어러블 기기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이제 콜라보레이션 상대를 찾아야 한다. 스포츠용품이나 헬스케어는 물론 영화나 패션도 모두 협력 분야다.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과 나이키에 맞서 삼성전자는 유럽이 안방인 아디다스와 만나야 한다. 헬스케어가 기둥인 필립스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혼자 열심히 해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독불장군식 고집은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 획기적 제품이 나오면 재빨리 베끼겠다는 발상도 위험하다. 비단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IT 대기업이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야를 넓혀 친구를 찾아야 한다. 돌아가는 듯 해도 그게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