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반도체 장비·재료 최대 전시회 ‘세미콘코리아2014’. 단연 ‘친환경’이 화두로 부각됐다.
인처 무해성, 무공해 소재를 대거 선보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첨단 제조업에서 최근 카드뮴 없는(논카드뮴), 납 없는(논리드) 소재가 속속 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해 물질을 최대한 줄여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공장 현장의 환경도 변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경기도 이천 사업장의 폐수 문제로 증설에 난항을 겪은 SK하이닉스는 문제가 된 구리 공정을 아예 폐수 없는 사업장으로 바꿨다.
안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현장에서 불산·암모니아·질소 등 환경 물질 유출 사건이 잇달아 일어난 뒤 삼성전자는 사업장 전체의 시설을 관리하는 기흥화성단지 총괄 조직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연말 환경안전본부를 신설, 안전한 사업장 조성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협력업체 사업장 환경 개선을 돕는다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다. 직접 비용을 대고 직원을 파견해준다. 협력사들의 친환경 사업장 조성을 위해서다. 친환경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고나 할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여전히 분진이 날리고 굴뚝에서 매연을 내뿜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첨단 전자산업일수록 유해물질 사용에 대한 우려는 크다.
최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반도체 클린룸이 나온다. 유해물질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다수 등장한다. 사업장 환경과 발병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나왔지만, 지금도 당시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과 해당 업체의 산업재해 보상 관련 소송은 진행형이다.
‘친환경 제조업’을 아무리 외쳐도 영화속 얘기처럼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에 불신이 여전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반도체 업계 스스로 그동안 사용해온 유해물질을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개하고 개선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게 어떨까. 오히려 논란이 있는 사건과 관련해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게 신뢰감을 더 주는 법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