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법’이 2월 임시국회에선 처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찬·반으로 갈려 사회적 갈등 양상까지 빚어진 와중에 열린 공청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의견수렴이란 기본적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법안 추진의 핵심에 선 신의진 의원은 “어떤 부분들이 꼬인 것인지 의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도 “향후 법안소위 날짜가 잡히면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도저도 아닌 묘한 여운을 남겼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주관으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소위원회 유재중 간사를 비롯해 신의진·류지영·김현숙 의원(이상 새누리당)과 김용익·남윤인순·이언주·최동익 의원(이상 민주당)이 참석했다.
법 찬성쪽에서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 경수근 법무법인 인앤인 대표변호사와 반대쪽 이동연 한국예술종합대 교수,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 교수가 각기 논리적 진술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게임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공문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공청회는 찬반 진술인 4명이 각각 모두 발언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는 전면 비공개로 전환해 사전 신청한 방청객까지 모두 퇴실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법안이 가진 규제법적 성격과 기본법이라는 성격, 중독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정의 등에 대한 이견이 격렬하게 맞섰다. 또 입법 반대 측이 게임을 중독 유발 물질·행위로 간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찬성 측이 중독 유발물질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상태를 말한 것이라고 맞대응하는 등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와 통계 자료 등에 대한 문제 지적까지 오갔다.
마약, 도박, 알코올의 중독 문제와 게임을 분리 논의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이것이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중시한 시각인지, 이 법의 주 타깃이 게임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약 2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온 신의진 의원은 “해당 법안이 가진 우려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짚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해 찬·반 진영간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여지는 남겼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쟁점 사안이 많고 게임 중독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해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며 “의원들이 충분히 이해를 한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비공개 회의 형태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사전에 협소한 회의 공간을 마련한 것도 문제거니와, 제한 입장된 방청객 마저 모두 발언이 끝난 후 모두 내보내 공청회가 아닌 비공개 토론회가 됐다. 이를 본 정부 관계자는 “사전 참석을 허가받은 방청객과 유관 부처 담당자까지 들을 수 없는 공청회는 난생 처음”이라며 “앞으로 법안 처리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배옥진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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