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의 정체성을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다. 창조경제의 명확한 정의는 내려진 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 산업사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식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담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불고 있는 창조경제의 일면을 소개한다.
업무 관계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관계자를 만나다 보면 사업 방식과 전략 중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다.
VC의 기본 역할은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데 있다. VC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의 사업 아이템과 경영진이다. 세계 어느 나라 VC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사항이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독 실리콘밸리 VC가 관심을 갖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지식재산(IP)권이다.
이른바 벤처기업이 수익을 내는 형태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장(IPO)을 하거나 입수합병(M&A)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벤처기업의 상장 비율보다 인수합병 비율이 훨씬 높은데 이때 기업 가치를 크게 높여줄 수 있는 것이 특허 IP권이다.
특허가 기업 가치를 높여주는 원리는 간단하다. 이미 사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이 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IP 포트폴리오까지 갖추고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실제로 인수합병하면서 특허를 활용해 기업 가치를 세 배 이상 높이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VC는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IP권 경쟁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투자 초기에 제대로 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벤처기업이 특허를 출원할 때 발명자뿐만 아니라 VC 담당자가 함께 회의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다.
특허를 출원할 때도 단순히 기술 보호를 넘어 사업의 다각적 보호가 고려된다는 의미다. 기술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영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사업 방향에 최적화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별도의 공장이나 제품 없이도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순간 창조경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IP권에 대한 VC 투자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아이디벤처스(ID)와 같이 IP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가 생겨나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까지 IP를 어떻게 활용해 투자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나 고민은 미미하다.
IP권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본 경험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벤처기업의 가치는 해당 기업의 사업 성공에 따라 경쟁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최적화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거쳐 성장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IP며 벤처기업 투자전략과 회수전략을 세우는데 IP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창조경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창조경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기업, 벤처기업의 IP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오세일 특허법률사무소 인벤투스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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