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1억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본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2014’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였다. 미국 출시를 앞둔 신형 제네시스 광고는 USA투데이의 슈퍼볼 광고 평가에서 전체 57편 중 6위를 차지했다. 특히 8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광고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광고는 전방의 긴급 상황 발생시 차량이 자동으로 정지하는 AEB(자동긴급제동) 시스템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이 AEB 시스템에 탑재된 카메라·레이더 센서와 차량제어 시스템은 국내 부품업체인 만도가 개발했다.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부품업체가 슈퍼볼 광고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부품이 국내 자동차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기술 자립과 부품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자동차 산업 성장을 주도하던 패러다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국내 완성차의 급속한 성장이 정체 상황에 다다르면서 이제는 부품 업체들이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동차 부품 산업의 변신은 수출 규모 등 양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60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00년 21억달러 규모에서 열배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무역 흑자 규모도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또 전체 자동차 산업 수출에서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0% 선에서 2012년에는 34%에 달했다.
이 같은 양적 성장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확대와 국내 부품업체들의 동반 진출 효과가 본격화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수출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현대·기아차의 현지 공장 입지와 대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도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해외 완성차 업체를 공급선으로 확보해 외형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오랜 염원이자 숙제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 수출액이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 주목된다. 지난해 독일 수출액(3억9300만달러)은 전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아직 규모는 적지만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 유력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의 신뢰성과 품질이 향상됐다는 의미다.
실제 BMW그룹은 한국의 1차 부품 협력업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는 최근 “현대모비스, 만도, 삼성SDI 등 국내 부품업체들이 독일 BMW 본사에서 수주한 누적 금액은 3조2000억원 선에 달한다”며 “앞으로도 전기차의 주요 전장 부품 등을 중심으로 한국산 부품 구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의 한국 부품 협력업체는 현재 18개 수준에서 조만간 2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메르세데스-벤츠도 부품 구매 전담 인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산 부품 러브콜은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에 인접한 지리적 장점과 성공적인 현지 진출도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해외 법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현대차의 중국 진출과 동시에 국내 부품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현지 동반 진출에 나선 결과다. 특히 중국에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현대차 공장에서 사용되는 부품의 70%를 현지 생산할 정도로 토착화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중국의 자동차 생산은 2015년 4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차 공급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이상의 경험과 발빠른 현지화를 통해 중국에 안착한 국내 부품업체들에게 거대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기술력이 중국 업체에 비해 앞서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본 부품업체들의 기술 수준을 100점으로 놓고 볼 때,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술력은 91.26점으로 중국 업체(73.85점)에 비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술 우위와 함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반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부품업체들이 차세대 스마트카용 핵심 부품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 중국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것이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 전략과 정부 정책 지원도 부품 산업의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