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르네사스가 데이터 처리 성능을 5배 높인 자동차 제어 반도체를 연내 양산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18일 보도했다. LCD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고 자동차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르네사스의 청사진이 더 뚜렷해졌다.
제어 반도체는 자동차 곳곳에 쓰인다.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를 시작으로 전후방 센서와 내비게이션, 도어락 등 보통 한 대당 100개 안팎의 제어 반도체가 들어간다. 스마트카나 커넥티드카처럼 미래형 자동차가 현실에 등장하려면 제어 반도체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다.
르네사스가 제어 반도체 성능을 개선한 비결은 미세 제조 공정이다. 기존 90나노미터(㎚) 수준이던 회로 폭을 40㎚까지 줄였다. 회로 폭을 줄이면 반도체 성능이 좋아지고 생산 비용은 떨어진다. 현재 이바라키현 나카공장에서 시험 생산 중이며 연내 양산에 들어간다. 2015년에는 월 10만 단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바일 메모리에는 이미 20㎚ 공정이 흔하지만 자동차 제어 반도체는 1, 2위 업체인 르네사스와 프리스케일 모두 90㎚가 최고다. 최대 170도까지 오류 없이 작동해야 하고 데이터 저장 기간이 20년 이상 유지돼야 하는 조건이라서 미세 공정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르네사스는 40㎚에 이어 28㎚ 제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2018년 완성할 방침이다. 르네사스는 28㎚ 제어 반도체 성능이 40㎚ 제품보다 3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르네사스가 차세대 자동차 제어 반도체 양산을 서두르는 이유는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프리스케일이나 인피니온 등 기존 경쟁사가 50㎚ 공정으로 만든 시제품을 내놨다. 여기에 인텔과 엔비디아라는 거인들도 속속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는 아우디와 손잡고 자율주행자동차용 반도체를 선보였다.
르네사스는 세계 제어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25.6%로 1위다. 특히 자동차용 제품은 40%를 웃돈다. 이달 초 LCD 반도체 사업을 접고 자동차 시장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은 부진에 빠져 있다. 오는 3월 끝나는 2013 회계연도 결산에서도 적자가 예상된다. 9년 연속 적자다.
제어 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2012년 기준)
자료:IHS글로벌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