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정책 최우선 과제를 규제개혁에 두겠다고 했다.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해양수산부·환경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산업계 ‘갑’이자 대표적인 ‘규제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러 번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네거티브 방식 규제(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 사항만 규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규제 상한선을 만들어 새 규제를 만들 때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총량제’ 같은 새 규제개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기업의 기대치도 따라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정부도 끊임없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규제 건수는 오히려 늘었고 기업은 힘들어 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의 개혁의지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글로벌 규제강국의 면모를 이어 왔다. 작년 6월 기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1만5007개에 이른다. 규제 등록제도가 도입된 1998년 말 1만372개보다 44.7% 늘어났다. 왜 규제가 늘었는지 면밀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규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관리·감독 정책업무 뿐만 아니라 진흥정책에도 규제가 숨어있을 수 있다. 규제완화하고 개혁하는 것도 좋지만 불필요한 규제를 새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규제는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힘을 과시하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경제 활성화와 기업 활동을 제약해서도 안 된다. 박 대통령 말마따나 무심코 만든 규제가 전도양양한 기술기업을 죽일 수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들더라도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니다. 많은 부처와 공무원이 강압적인 모습을 벗고 친기업·친산업화한 면도 있다.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 ‘갑’과 ‘을’이라는 말도 없애고 ‘파트너’나 ‘동반자’라는 말을 쓰는 시대다.
“‘규제개혁’이라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고 말한 박 대통령 의지가 추운 겨울 내뿜는 입김처럼 공기와 함께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