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참으로 많은 걸 경험했다. 원조에 의존하던 나라에서 제공하는 나라로 탈바꿈했을 뿐 아니라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원유라든가 철광석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경제활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구 또한 1억명도 안 되는 환경에서 이룬 결과다. 잘 알다시피 이런 성공은 요소요소 적절한 성장원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발 빠르게 투자하고 개발해 세계 넘버원의 자리를 지키게 된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조선, 자동차, 스마트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30~40년 전에 이런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당시에는 그리 활성화한 분야가 아니었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집중하였기에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우리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산업 분야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선진국의 강력한 방어와 후발국의 공격적 도전 등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 된 나머지 성장이 정체됐다. 9%를 상회하던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졌고 잠재성장률 또한 동반하락하는 등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매킨지 보고서가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런 시점에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중심으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9대 전략산업과 4대 기반산업을 도출해낸 것은 시의 적절했다. 지능형 반도체, 융·복합 소재, 지능형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의 4대 기반산업을 육성해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5G 이동통신, 스마트카, 실감형 콘텐츠, 맞춤형 웰니스 케어 등 9대 전략산업으로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미래신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이 주된 논지다.
물론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했다고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성장 동력으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우선 대형 국책사업을 미래성장동력과 연계하고 공공부문에서는 시범사업을 확대 적용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미래부 R&D의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2012년 기준으로 13.6% 규모인데 2017년까지 18% 수준으로 높여 더 많은 혜택이 중소·중견기업에 가도록 할 생각이다. 세액공제로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법과 제도 또한 선제적으로 개선해 신시장을 창출 하는 등 산업발전을 위한 환경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외에 산업 발전에 따른 수요 변화에 맞춰 인력 규모 및 수준을 연계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기본적인 뒷받침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에 맞춰 민간에서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대중소 동반협력으로 창조적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일들이 상호 조화 속에 순조롭게 진행돼야 신시장 개척도 가능하고, 수년째 갇혀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 벽을 넘어 4만달러 시대도 열어갈 수 있다. 미래성장동력은 일상적으로 만든 전략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절박한 상황에서 만든 산출물이다.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청년실업률이 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청년실업률과 비교했을 때 2배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둔화한 경제성장률의 직격탄을 청년층이 맞았다. 경제가 성장해야 양질의 일자리도 가능하다. 청년을 위해서라도 미래성장동력은 기필코 성공시켜야 하겠다.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parksy@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