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마약, 도박, 알코올과 함께 중독물로 간주해 국가가 예방·치료한다는 내용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워진 것 같다. 찬반 양측의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고,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부담도 커졌다.
지난 번 두 차례에 걸쳐 열렸던 공청회는 말 그대로 ‘불통’ 그 자체였다. 지난해 첫 공청회는 법안 찬성 쪽에 선 정신의학계와 학부모 단체 위주로 진행됐다. 그날은 상대의 발언에는 귀를 막고, 일방적 주장만 펴는 일종의 설명회가 돼버렸다.
며칠 전 열린 두 번째 공청회도 마찬가지였다.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만든 자리에 방청객 수를 고작 다섯명으로 제한하고, 나중에는 이마저 토론장에서 내보냈다. 소관부처 공무원들조차 “이런 공청회는 난생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결국 진술인으로 참석한 몇몇 의사, 교수, 변호사 의견만 듣고 법안을 수정하고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허탈했다. 이날 공청회를 지켜보며 ‘온라인게임 셧다운제’가 떠올랐다. 지금은 국회와 정부가 모두 ‘잘못된 정책’이라고 공통된 평가를 내렸지만, 당시에는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정책이었다. 어찌됐든 셧다운제는 운영되고 있고 비효율과 불편은 청소년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번 법안 제정 취지 중 하나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과 해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들을 기회조차 없었다. 게임 과몰입 문제의 중심에 있는 청소년들이 법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무엇인지 서로 생각을 나누고 해결점을 찾는 노력이 전무했다.
우리는 공부나 일을 방해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문화, 노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일수록 게임 과몰입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는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매일 하루라도 애니팡을 하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고, 이상하십니까? ○○○ 정신과와 의논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곳곳에 내걸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