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이 일정 수준 미만미면 기업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 협력에 담합 규정 적용을 면제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청와대에 업무보고한 내용이다. 이를 보면 그간 기업 규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간 기업 공동 R&D와 기술 협력이 이뤄질 때 정부가 담합 규정 저촉 여부를 살펴봤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업이 담합 수단으로 R&D 협력을 악용하는 일을 막으려고 이런 규정을 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례를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극히 일부였을 것이다. 경쟁 기업끼리 어떻게 R&D로 담합을 하는 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점유율이 낮은 기업까지 R&D 담합 여부를 살펴봤다니 정말 불필요한 규제다. 이런 ‘손톱 밑 가시’ 규제가 과연 한둘일까. 공정위는 기업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등 이날 보고한 것 말고도 기존 규제 전반을 손 봐야 할 것이다.
공정위가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저해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ICT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 배제와 차별, 기업 솔루션 업체의 업그레이드 관련 끼워 팔기와 구입 강제를 집중 감시한다. 중소기업 기술 아이디어 탈취 등을 막을 장치도 마련한다. 혁신은 경쟁에서 나온다. 경쟁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소비자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이런 경쟁을 부당하게 없애려는 시도는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다. 바로 경제검찰 공정위가 나서야 할 일이다. 공정위 역할은 첫째도, 둘째도 경쟁 촉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만큼 새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과 시장 융합이 활발한 시대다. 전통 규제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 커진다. 정부부처로선 새 규제를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 덩달아 생긴다. 이를 참지 못하면 새로운 규제를 양산한다. 정부 규제 개혁 의지는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지만 공정위 역시 각 부처가 추진하는 새 규제가 경쟁 혁신을 저해하는지 현미경을 들이대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