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민원기 ITU 전권회의 의장 “과정이 결과를 낳는다”

그는 “과정이 결과를 낳는다”고 확신했다. 그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짤막한 영어 표현이 수십개 정리돼 있다. 그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아는 사람은 모두 의아해 한다. 그가 정리한 건 지난 2010년 멕시코 ITU 전권회의에서 널리 통용된 어휘다. 그가 지난 2010년 멕시코 ITU 전권회의를 분석하고 주요 어휘를 별도로 정리한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치밀함과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사람]민원기 ITU 전권회의 의장 “과정이 결과를 낳는다”

주인공은 민원기 2014 ITU 전권회의 의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활약하는 등 남다른 글로벌 감각과 안목을 겸비했음에도 ITU 전권회의 의장으로서 부담감이 상당함을 방증한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기법도 분석했다.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치며 정보통신기술(ICT)에 관한 한 둘 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민 의장은 각종 현안을 다시 챙긴다.

민 의장은 “의장은 중립적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현안을 중재하고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며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의장이 누구보다 많이, 제대로, 그리고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014 ITU 전권회의에는 당초 예상하지 못한 인터넷 거버넌스 등 이슈가 논의될 것”이라며 “ICT뿐만 아니라 이슈 범위가 확대되는 등 어느 때보다 역동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 세계 각국을 방문, 주요 인사와 교류하는 것도 의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이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나름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의장으로서 엄정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도 내비쳤다. 그는 “급하고 직설적 성격이 신중하게 변했다”고 자평했다.

민 의장은 국내외를 오가는 빡빡한 일정으로 어느 곳에서나 시차적응 중이라며, 만만치 않은 일정을 에둘러 표시했다. 하지만 차질 없는 의장 역할에 대한 자신감은 분명했다. 대한민국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글로벌 담론을 이끌어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대한민국 최초의 ITU 전권회의 의장으로서 사명감이나 다름없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