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춘 "기금 징수·셧다운제, 반드시 유지"…"해결은 결국 가정이"

손인춘 의원이 입법을 추진 중인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게임업체에 대한 매출 징수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세부적 내용은 조정할 수 있지만 기금조성과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손인춘 의원(새누리당)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최한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 대안은?’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적자 기업까지 기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수치는 기업들과 상의해야 한다”며 입법 강행의지를 거듭 밝혔다.

손 의원은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홍보, 교육, 전문가 양성 등에 비용이 필요하기에 기금 징수를 제안한 것이며 기업에 제동을 거는 정책이 아닌 함께 발전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법 취지를 설명했다.

같은 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과는 통합 없이 각자 입법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신 의원 법안은 신경과 의사가 전담 치료하는 내용이 골자이지만 내가 발의한 2개 법안은 놀이문화를 조성해 게임중독을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이에 따라 셧다운제와 기금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새누리당 차원의 의지”라고 밝혔다.

손 의원은 오는 4월 중에 추가 토론회 자리를 마련해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게임업계는 “게임사업이 정부 허가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데 일괄 기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 입법”이라며 “지금도 한국 게임시장을 절반 이상 점하고 있는 외국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반발했다.

손인춘 "기금 징수·셧다운제, 반드시 유지"…"해결은 결국 가정이"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뉴스 해설

게임을 중독 관점에서 다룬 ‘손인춘 법’과 ‘신의진 법’이 각각 △사회 환경과 문화 조성 △예방과 치료라는 역할을 나눠 입법을 추진한다.

게임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법안 통합 가능성도 예측됐지만 게임 중독을 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문제로 보고 각 법 역할에 따른 대응책을 펴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는 ‘신의진 법’에 의한 중독물 규정→치료와 예방을 위한 기금징수(손인춘 법)라는 초강력 규제가 현실화됐다고 받아들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두 법의 양립구조가 이뤄지면 사실상 한국에선 게임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라며 “사회적으로 암적 존재라는 질시와 함께, 근거도 없는 치료를 위해 조세수준의 돈을 내라는 것은 한국에서 기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손 의원은 “세계적인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회적 비용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며 기금 의무화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놔 논란을 키웠다.

법률적 장치 논란은 거세졌지만 사회적 역할과 치유방안에 대한 의견도 다채롭게 나왔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대상 조사결과 게임중독의 가장 큰 원인을 입시위주의 과열된 교육으로 꼽는다”며 “여러 연구를 보면 여가활동이 많다고 중독현상이 완화되는 게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여가활동을 하고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게임중독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결과적으로 ‘가정’에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효순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총무관리위원장은 “입시 교육에 몰린 아이들의 피난처가 결국 게임”이라며 “부모도 공부와 성적 중독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소통하는 동반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현실 DM행복심리상담센터 원장은 “실제 게임중독 청소년을 상담해보면 부모가 스마트폰을 뺏거나 인터넷 게임을 강제로 차단하는 등 배타적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적극적인 태도로 자녀와 게임에 따른 장단점을 나누고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인 김희경 주부는 “범죄가 발생하면 ‘112’를 떠올리는 것처럼 한 곳에서 딱 맞는 기관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부모를 위한 교육이나 안내문 등을 시행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