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진화하는 포털 계정 거래…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생성 거점 확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불법으로 사고파는 ‘계정 거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 유통에 엄단 방침을 밝혔지만 계정 유통업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거래되는 포털 계정들은 과거 중국에서 대부분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그 거점이 필리핀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만든 계정들이 차단 조치되며 값어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계정들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 광고·홍보성 글을 올리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털 측 단속이 심해졌다”며 “차단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동남아 특히 필리핀에서 계정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털 계정은 누구나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지만 업자들은 대량의 계정을 필요로 한다. 지식인이나 커뮤니티 등에 광고 글을 올리기 위해서다. 여러 누리꾼이 작성한 글인 것처럼 속일 수 있기 때문에 계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또 큰돈이 된다. 계정 시세는 개당 2000~2500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네티즌의 평가가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이런 거래가와 시장이 국내에 형성돼 있다.

문제는 이런 계정 거래가 개인정보 불법 유통의 온상이라는데 있다.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등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계정을 만들고 이를 또 유통시킨다.

특히 1950년대 이전 출생자의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고 이용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의 정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발각될 우려가 적어 업자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어떻게 개인정보를 습득해 포털 계정 거래에 악용하는 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해킹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포털 계정 거래에 활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옥션 1800만명, 2011년 네이트 3500만명, 같은 해 넥슨 1300만명 등 대표적 유출사건 몇 개만 추려 봐도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는 한국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계정 거래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은밀히 이뤄지며, 텍스트 파일(.txt)이나 엑셀(.xls) 형태로 정리돼 전달된다. 계정 판매자들은 4~5명이 뭉친 소규모 기업 형태를 띤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월에는 중국 해커로부터 다른 사람의 포털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번호 등 약 20만건을 구매한 후 국내 재판매한 업자 2명과 구매자 38명이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