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매장음악, 성공을 위한 무형의 코디네이터

[콘텐츠칼럼]매장음악, 성공을 위한 무형의 코디네이터

남자들이 프러포즈를 앞두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먼저 예약한다. 멋들어진 ‘분위기’가 프러포즈의 성공을 반쯤은 좌우하기 때문이다. 프러포즈를 하기 좋은 레스토랑에는 잔잔한 음악이 필수로 깔린다. 이같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매장음악이 단순히 들리는 구성요소가 아닌 매장 분위기 전체를 만드는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소매업체, 매장 내 음악 마케팅에 주력’이란 기사에서 리바이스와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의 사례를 들어 매장음악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드리안 노스 헤리엇와트(Heriot Watt)대학 교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부합하는 음악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음악을 아예 쓰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사용하는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가 기억할 확률이 96%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국에서 뮤직 마케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 문화에서 착안해 ‘제3의 공간(third space)’ 창조를 목표로 내걸었다. 여러 조건에 더해 매장음악에 이르기까지 매장 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하면서도 안락한 스타벅스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다른 사례도 있다. 미국 의류브랜드 애버크롬비앤드피치는 음악을 매장의 맨 앞과 중앙에 배치했다. 전통적인 의류매장 업계가 아닌 클럽과 DJ문화에서 음악전략에 필요한 영감을 찾아냈다. 애버크롬비앤드피치 매장에 들어선 고객들은 빠르고 압도적인 템포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경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장음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모던한 인테리어의 소비재, 식음료, 의류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거기서 판매되는 제품의 특성과 매력을 가장 확실하게 빨리 전파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매장의 특성과 가치를 가장 잘 전달하면서 듣는 이의 구매욕은 물론이고 감성까지 자극하는 매체로 활용된다.

요즘은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브랜드와 상품, 인테리어에 부합되는 BGM, DJ방송 등 음악과 연계된 마케팅 툴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매장음악은 진화를 거듭 중이다. DJ방송의 가장 큰 장점은 방문 고객들과의 ‘소통’이다. 지상파 라디오처럼 사연을 접수한다. 고객들은 사연의 채택을 기다리며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다. 매장 입장에서는 매출 상승효과도 얻는다. DJ음악방송은 매장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제공하던 것에서 한 단계 진화된 뮤직 마케팅의 도구다.

지난해 말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홍대에 이색적인 매장이 문을 열었다. 베니건스에서 운영하지만 똑같은 베니건스 매장이 아니다. 이름부터 ‘베니건스 리퍼블릭’이다. 홍대라는 지역 특수성으로 메뉴와 가격, 분위기 자체도 차별화했다. 총 5층 규모의 매장 성격을 달리해 층마다 다른 음악을 선곡해 들려준다. 매장음악도 천편일률적 모습에서 다양한 색깔과 방식으로 진화해 나간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매장음악은 외국에 비해 인식도 낮고, 그 가치가 충분히 꽃피지 못한 상황이다.

음악을 매장과 상품 경쟁력의 핵심자산으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장들은 옆 가게와 차이 없이 대부분 히트곡을 재생한다. 음악을 진정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매장음악 전문업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뮤직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제도와 법률,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환 샵캐스트 대표 jh.lee@shop-ca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