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유독 ‘금융업계’가 해킹 등 사이버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로이터통신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PwC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지난 한 해 각종 금융사고를 겪은 전세계 금융기관 가운데 약 39%가 사이버 범죄와 관련된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타 산업군의 평균 사이버 범죄 피해율 17%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PwC가 전세계 79개국 1330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조사해 내놓은 ‘2014 글로벌 금융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금융사의 절반 가량인 약 45%가 해킹 등 각종 금융사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 유형별 집계에서도 사이버 범죄의 비율이 가장 높아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불법 자금세탁 △회계부정 △은행강도 △내부 비리 등의 순이었다.
주로 미국과 유럽계 은행이 날로 치밀하고 대담해지는 사이버 공격에 매번 희생양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해킹을 정치·사회적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핵티비스트(Hacktivist) 집단’이 이들 은행을 주요 먹이감으로 삼고 있다는 게 PwC의 분석이다. 핵티비스트는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금융 서비스 전반의 마비 등 글로벌 금융체제의 전복을 꾀하고 있어 그 폐해가 심하다.
이에 따라 뉴욕 월스트리트와 런던 금융가의 수백개 은행들은 지난해 부터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리질리언스 테스트(즉시 복구 시험)’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앤드루 클락 PwC 포렌식 파트너는 “사이버 범죄는 나날이 늘어나고 그 방법 역시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반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명성에만 젖어 이에 대한 대비에 허술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