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를 원가절감 대상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
‘왜 우리나라 SW 산업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한 중소 SW 업체 사장은 이렇게 부탁했다. 자동차 산업 이야기를 하다 나온 이야기였는데, 다른 산업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어보였다.
이 사장은 전투기를 예로 들었다. 예전에 전투기의 아주 조그만 SW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기술자를 부른 적이 있었다. 기술자는 단 몇 분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수백억 원을 받아갔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정부는 나랏돈을 투자해 이 SW를 개발하게 했다. 중소기업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는 인색했다.
이 사장은 이처럼 SW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SW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전적으로 그렇다는 건 아니다. SW가 ‘홀대’를 받는다고 말할 순 있지만 독자 산업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감이 있다. 정부 돈을 들였으니 싸게 공급해 달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에 집중하다보면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싸게 공급하다보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SW만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업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건비 정도만 겨우 건질 수 있고 SW를 부가가치 있는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SW를 개발하려고 하겠는가.
특히 해외 기업의 것은 인정해주면서도 우리 것은 유독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우리네 풍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대기업 모두 국내 기업이 개발한 SW는 원가절감 대상으로만 본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국내 SW 업체는 설 곳을 잃고, 고액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외국계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SW 인재 양성도 좋지만 이미 양성된 인력이 만든 SW를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