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사에 "보안대책 먼저 발표하지마" 황당 함구령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 대상으로 정보유출 관련 보안대책을 정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먼저 발표하거나 시행하지 말라는 주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별 은행과 카드사, 주요 금융사에게 자체 보안대책 등을 외부로 먼저 발표하거나 자료 배포를 금지하라는 황당한 함구령이 내려졌다. 일부 금융사는 고객 보안 강화조치를 미리 발표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 불려가 혼쭐이 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여러 대책 가운데 이미 금융사가 먼저 시행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 90%이상”이라며 “그런데 마치 모든 대책을 금융당국이 만들고, 금융사를 계도한 것처럼 과장홍보거나 실적 과시를 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 중 몇 곳은 정보보안을 위해 망분리와 신입금계좌지정 서비스 시행 관련 내용을 발표하려다 이를 철회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종합적 보안대책을 제시하기 위해 일괄 발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고객들의 우려를 감안할 때 조기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체적으로 보안 대책을 준비해도 정부 대책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함구하라는 것은 불필요한 관리주의 행태”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