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휴대폰 불법 보조금 관련 초강력 제재안을 내놓으면서 통신사보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휴대폰 제조사다. 분실, 파손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휴대폰 판매를 막아버린 것이 제재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영업정지 기간으로 사라지는 국내 휴대폰 판매대수가 최대 2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팬택처럼 내수 시장 비중이 90%가 넘는 회사는 일 년 중 두 달을 버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팬택은 ‘베가아이언2(가칭)’을 4월 말에서 5월 초 출시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는 KT만 영업이 가능하다. 팬택은 최근 베가아이언 시리즈로 점차 판매고를 회복해가는 추세지만, 이번 이통사 사업정지 여파로 약 한달치 판매 물량을 날릴 처지다.
팬택 관계자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통신사와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시장 냉각 수준 등을 고려해 정확한 출시일을 결정하고 초반 마케팅을 전개하겠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출시일이 영업정지 한복판에 떨어져 곤혹스럽다. 갤럭시S5 출시일인 4월 11일에 영업이 가능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SK텔레콤과 KT 등 점유율 합이 80%에 달하는 이통 사업자들이 강제 ‘개점휴업’을 당하며 출시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 판로가 막혀 초반 신제품 효과가 크게 줄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글로벌로 확산되는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G2, G프로2 등으로 탄 상승세가 꺾일까 우려한다. 전체 시장이 위축되며 프리미엄 폰 판매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소형 유통점은 당장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큰 걱정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미래부 영업정지 처분 발표 당일 성명서를 내고 크게 반발했다.
협회는 "이번 사태 본질은 방통위가 자인한 법적 근거 없는 `보조금 27만원` 규제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 피해를 전국 30만 이동통신 생계형 소상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45일 장기 영업정지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이통 3사는 일단 ‘(미래부 사업정지 결정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표시했다. 동시에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3사 공통으로 처벌이 내려져 이해득실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섣불리 보조금 투입에 나서게 되면 ‘CEO 형사 고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한 임원은 “3사 모두 기변조차 묶인 상태라서 특별한 대응 전략을 짜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상 최장기 이통사 사업정지가 실현됐지만, 13일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 영업정지가 의결될 경우 반발 기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래부 조치만으로 유통, 산업에 피해가 막심하다”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 방침이라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한 제재가 내려질 경우 이중규제라는 비판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조금 과열 양상이 휴대폰 유통 구조 자체에 기인한 탓이 큰데 무조건 업계를 누르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면에서도 비난 여론을 피할수 없다는 것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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