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소송전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약 1조원에 달하는 배상 판결로 이미지 타격을 받은 삼성전자로서는 항소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미국 특허청 판결이 삼성에 유리하게 결론 난 만큼 2심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7일(현지시각) 연방항소법원에 항소공지문(notice of appeal)을 제출하고 2심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이 애플에 손해배상금 9억29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갤럭시S4, 갤럭시탭10.1을 포함한 스마트폰·태블릿PC 23종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애플의 요청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양사가 어떻게 입증하고 방어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오는 31일 신제품까지를 대상으로 열리는 또 다른 소송에서 양측이 주장하는 특허권의 효력이 문제다.
◇향후 소송 쟁점은
지난 1월 1심 법원이 손해배상의 근거로 든 특허는 애플의 ‘단어자동완성(특허번호 172)’ 기능이다. 반면에 삼성전자가 주장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무선통신 체계에서 전송형식 조합 지시자를 동기화하는 방법과 장치(348)’ 특허에 대해서는 ‘표준특허 제공 의무(FRAND)’에 따라 무효판결했다.
하지만 국면 전환 가능성도 있다. 지난 3년여간 진행된 특허 소송기간 동안 미국 특허청은 ‘핀치투줌(915)’ ‘탭 투줌(163)’ ‘터치스크린과 관계된 바운스백(949)’ 등 애플이 주장한 특허에 대해 연이어 무효 판결을 낸 바 있다.
애플은 이외에 ‘데이터 태핑(특허번호 647·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하는 기능)’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해제(721)’ 4개 특허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추가로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기록전송(449)’ ‘원격 영상 전송(239)’ ‘업링크 패킷 데이터 전송 정보(596)’ ‘부정기 데이터 전송(087)’ 4개 특허를 앞세워 소송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2심 영향은
1심 판결에서 삼성전자는 배상액을 물게 됐지만 미국 내 판매금지 청구가 기각되면서 제품 판매에는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애플은 삼성 제품 판매금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스마트폰 모델 다변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드웨어 기술이 평준화 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특허 전쟁에 집중해서 거둘 수 있는 실익은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향후 미국 기업이 아시아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 소송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원천기술에 기반한 선진국 기업들이 한국·중국 등 신흥 제조 기업을 견제하는 방편으로 광범위하게 쌓아온 특허를 이용하고 있어 일종의 국가간 대리전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권고한 애플 일부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를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자국 내 기업을 대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기업 간 소송이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반에 주는 영향력도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