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중 비행기는 모하비 사막 한 중간에 서 있는 내 손의 아이폰과 같다”
사막 어딘가에 있는 사용자는 아이폰으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사용자 위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기지국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비행기에 쓰이는 위성항법장치(GPS) 내비게이션이 가진 함정이다. 실종 나흘째인 말레이시아 항공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12일 와이어드는 239명의 승객·승무원을 태우고 이륙 한 시간 만에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이유를 IT 관점에서 분석했다.
◇‘실시간’ 아닌 무용지물 위치전송=가장 큰 문제는 위치 전송 시스템의 한계다. 와이어드는 “현대의 운항관리시스템은 GPS를 쓰지만 항공기에 스스로의 위치를 알려줄 뿐 항공관제센터에 항공기의 위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며 “모하비 사막의 중앙에서 아이폰을 갖고 있는 사용자에게 GPS가 본인 위치를 알려주지만 사용자가 ‘내 폰을 찾아주세요(Find My Phone)’ 기능을 쓸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기지국이 없기 때문이다. 기기는 위성을 향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지 않는다. 패트릭 스마스 조종사는 와이어드에 “비행기가 위성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게 할 수는 있지만 항공산업에 적용하려면 시스템 설치에만 수십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어드는 해상·바다 속에서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기술의 한계를 지적했다. 콜 요셉 전 해군 파일럿·항공 컨설턴트는 “물 속에서 물건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진실”이라 말했다.
일반적 오해 중 하나는 비행기가 항공 관제탑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육지에서 100~150마일 이상 떨어진 바다 위를 지날 경우, 레이더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레이더 종류에 따라 커버하는 거리가 다르며 날씨 등 요인도 작동한다. 송병흠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레이더 사거리가 달라 커버리지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각 항공사는 위성 기술로 위치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때 대부분 민간 항공기는 고주파 라디오로 통신한다. 승무원이 일정 ‘위치통보점(reporting points)’에서 ‘확인(Check)’ 하는 식이다. 이에 3만5000피트에서 순항하던 비행기의 라디오 통신이 위치통보 지점이 아닌 곳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은 통상적 운항에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별도의 위치 전송과 구조 요청 없이 사라진 항공기의 실종 위치 파악이 오리무중일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1만8000시간이 넘는 기장의 비행 이력도 무의미했다.
◇심해 추적 불가능...첨단 IT 미작동=조종사 혹은 비행기가 인위적으로 보내는 위치 전송 장치도 한계를 드러냈다. 많은 민간 항공기의 ‘비상 위치 표지(Beacon)’ 장치를 조종사가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은 수중에서는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민간 항공 시스템은 레이더 혹은 바다에서 위치를 추적당하는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군과 정보기관만 쓴다. 와이어드는 “정부 소유의 선박·항공기·위성은 감지할 수 있다”며 “1983년 소련 영공을 침범한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을 밝혀낼 수 있었던 이유”라 설명했다.
보잉이 자부하는 선진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실종 항공기가 기체에 문제가 생길 경우 데이터를 전송하는 ACARS를 장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데이터 전송은 실시간이 아닌 비행 중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와이어드는 “데이터가 증거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이미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ACARS는 과거 에어프랑스기 실종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