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차세대 웨이퍼 공정 도입 늦어진다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웨이퍼 공정 도입을 늦추고 있다. 막대한 개발비용과 반도체 시장 상황 때문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차세대 웨이퍼 공정 개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ASML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며 “개발과 관련된 제휴협력이 없어 차기 웨이퍼 공정 개발을 멈췄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거의 십년단위로 웨이퍼 크기를 늘리며 칩 제조 가격을 줄여왔다. 과거 대면적 웨이퍼 도입으로 칩 단가를 기존 대비 약 30% 낮췄다. 업체들은 기존 300mm 웨이퍼 크기를 450mm로 키우기 위해 수 년간 노력했지만 대형 업체들이 투자를 주저하며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450mm 웨이퍼 도입으로 인한 비용을 걱정하고 있다. 회사는 ASML에 지급하기로 한 기술 개발 비용 6억8000만달러 지급을 조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리조나 신규 공장 준비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게리 디커슨 최고경영자는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 오는 2019년까지 차기 웨이퍼 도입은 없을 것”이라며 “업계의 차세대 웨이퍼 공정 도입 시점이 확실히 미뤄졌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재료 협회(SEMI)도 기존보다 차세대 웨이퍼 공정 도입이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나단 데이비스 협회 부사장은 “새로운 공정을 위한 장비 도입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장비 도입 연도로 거론됐던 2016년보다 늦은 2018년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업계는 차기 대면적 웨이퍼 공정 장비 개발에는 140억달러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SEMI는 300mm 크기 웨이퍼 도입 당시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쓴 개발 비용이 1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VLSI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공정 도입에 따른 비용과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실제 칩 단가를 낮출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