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25년 후의 웹’은 어떻게 바뀔까?

[전문가기고]‘25년 후의 웹’은 어떻게 바뀔까?

1989년 3월 12일, 팀 버너스리는 웹(WWW)이라는 정보관리시스템의 제안문서를 작성했다. 웹이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올해가 웹 탄생 25주년이니, 향후 25년 후의 진화된 웹 생태계를 대담하게 유추해 보기로 하자.

지난 2010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세계 초일류 인터넷 기업을 꿈꾸는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했다. 비전에서 그는 2040년이 되면 현재의 100만배나 되는 CPU 트랜지스터 수와 메모리 용량 그리고 지금보다 300만배나 빠른 속도로 통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무한대의 처리 속도, 기억 용량, 통신 속도를 가진 칩이 온갖 생활가전, 하다못해 운동화 한 켤레, 콘택트렌즈 하나에도 탑재될 것으로 보았다. 사실상 모든 것에 지능이 깃들고 인터넷으로 연계되는 만물지능인터넷(Ambient Internet of Everything)세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CES 2014’와 ‘MWC 2014’의 화두는 웨어러블 컴퓨터, 스마트 자동차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이 펼칠 초연결 혁명이었다. 지금까지의 웹 혁명을 지렛대로 인류의 모든 영조물과 공간 그리고 자연을 초연결하는 만물지능인터넷으로 가는 장대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만물지능인터넷은 지구생태계를 구성하는 사람, 사물, 공간 그리고 시스템이 디지털 유기체로 재구축되는 웹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렇다면 25년 후 웹의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만물지능인터넷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까? 이 물음에 사람과 사람(H2H), 사람과 기계(H2M), 기계와 사람(M2H), 기계와 기계(M2M) 그리고 사람, 기계, 이벤트가 연동되어 처리하는 상황인식 시스템(H2M2S)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초연결은 PC와 스마트폰 그리고 SNS로 사실상 실현되었지만, 앞으로 자연스러운 다국어 통번역 등으로 한층 가까운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람과 기계는 사람(H)과 로봇(M)의 원격조작을 들 수 있다. 인간이 원격으로 로봇의 시각과 촉감을 인지해 적절하게 제어하는 형태다. 기계와 사람은 토양 혹은 공간에 뿌려진 센서(M)가 이상을 감지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지시하는 유형이다. 기계와 기계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사람의 스마트 신발(M)과, 자동차의 인공시각 간의 순간적인 상황판단을 통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자율운전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상황인식 시스템은 고성능 무선통신칩과 초소형 컴퓨터를 탑재 혹은 휴대한 사람, 사물, 공간 간의 복합적인 이벤트 처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컴퓨팅 기능과 LTE칩을 내장한 스마트 블랙박스는 자동으로 교통사고 현장을 파악한다. 동시에 고성능 내비게이션이 상황을 즉시 빅데이터로 처리해 가족이나 관계기관에 연락을 취하는 미래 교통사고처리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듯 앞으로의 25년 미래 웹의 목적지는 사람간의 인터넷(IoP)과 사물 인터넷이 동기화되고, 다시 만물인터넷으로 진화단계를 거쳐, 수천억, 때로는 조(兆)단위의 초소형 컴퓨터가 우리의 생활세계를 에워싸는 디지털 생명체를 향한 담대한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독립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온 정보, 전력, 교통인프라가 통일장(統一場)으로 수렴되는 엠비언트 정전교(情電交)융합그리드 환경도 성숙된다. 웹이 쉰 살이 되는 2029년은 생활환경 어디에나 무선통신칩과 초소형 컴퓨터가 스며드는 진정한 편재형 인터넷의 완성국면이다. 그때의 인터넷은 20세기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바꾼 전력 인프라 이상으로 진화해 엄청난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