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생체 세포에서 상호작용하는 나노입자를 단일 입자 수준에서 실시간 관찰하고, 초고감도로 정량 분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독소(톡신) 등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좌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화학부 교수팀은 세포막 구조를 모방한 유동적인 인공 지질 이중층에 빛을 강하게 산란하는 나노입자를 붙여 2차원 상에서 나노입자들이 운동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암시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이를 암시야 현미경 색변화 정량 분석법을 개발해 분석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에 단일 나노입자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실시간 관찰·분석하기 위해서는 강한 전자빔 주사 등이 필요했고, 분석할 수 있는 입자 수도 한정돼 연구에 제한이 있었다. 또 수용액 상에 존재하는 입자의 3차원 운동으로 인해 많은 수의 입자를 모니터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나노입자를 유동적인 2차원 평면인 지질 이중층에 도입하고, 이를 암시야 현미경으로 관찰해 오랜 시간동안 여러 입자를 동시에 추적·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넓은 영역의 지질 이중층 위에 수백∼수천 개의 나노입자가 서로 상호작용해 산란되는 신호의 세기와 색이 변하는 것을 정량적으로 분석해냈다.
연구팀은 개발한 연구방법을 활용해 대표적인 생물학 무기인 탄저균 DNA를 수 펨토몰라(샘플 1㎕당 수 만개의 DNA) 이하의 낮은 농도까지 정량적으로 검지하고, 단일 염기서열 차이까지 완벽하게 구분해 냈다.
연구결과는 DNA·RNA·단백질·화학분자 등 다양한 분자나 나노입자 간의 상호작용 연구, 초고감도 다중 정량 검지 등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칩 형태로 구현해 바이러스, 박테리아, 톡신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상호 작용 연구는 물론이고 생체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단장 정봉현)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미국 화학회지 ‘JACS’에 지난 5일자 스포트라이트 논문으로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