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시에 "中 경제 불안, 원자재 가격 조정 불가피"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8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밝히고 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8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밝히고 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의 경제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림자 금융(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과 이들 기관 간 거래를 일컫는 말)’이 버블을 확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수요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8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중국 경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며 “중국 경제성장세가 1~2년간은 둔화되겠지만 이는 필요한 구조개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한 그림자 금융의 정체를 단기성 자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림자 금융 차입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다시 빌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수개월 동안 그림자 금융 부실화가 늘어날 것이고 어느 선에서 지방정부의 구제금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디 시에 박사는 “지방정부가 그림자 금융에서 돈을 차입해 왔지만 그림자 금융의 주를 이루는 신탁상품이 부실화되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더 이상 지금처럼 자금을 차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수요 위축으로 원자재 추가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지방정부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며 지방정부는 결국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엔 지방정부 지출이 상당했고 부동산도 활기를 보였지만 올해 중국 상황은 지난해와 반대 상황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최근 철강, 시멘트, 구리 가격이 크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요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이 투기를 방조했다며 이와 관련한 금융버블 우려도 제기했다. 중국에선 정부가 토지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데, 이 토지를 담보로 차입을 지속했던 악순환으로 10년 동안 지가가 30배 정도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도시 개발이 대도시 위주로 이뤄져 중소도시 부동산 냉각 및 공동화 등 도시개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시스템 완전히 붕괴될 거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엔 이의를 제기했다. 중국 경제가 필요한 체질 개선을 거치며 2030년엔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대표적 비관론자인 앤디 시에 박사는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더 낙관적이 됐다”며 “앞으로 식량, 에너지 자립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