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사기 대출, 금융사 다수 연루...금감원까지 포함

금융감독원 간부가 KT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기 핵심인물이 여러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상대했다는 진술도 나와 이 사건과 연루된 금융 기관 인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19일 KT ENS 허위매출채권을 담보로 1조8000억원대 부정대출을 받은 혐의로 KT ENS 시스템 영업개발부 부장 김모씨와 협력업체 대표 등 16명을 검거,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3차례에 걸쳐 16개 KT ENS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8335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대출에 KT ENS 협력업체들이 KT ENS에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단말기와 내비게이션에 대한 허위 매출채권 양도 승낙서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이용됐다.

이 문서에는 KT ENS의 법인 인감도장이 이용됐는데, 부정 대출을 도운 KT ENS 김모(51.구속) 부장은 이 도장을 관리자의 감시가 소홀한 점심 때 등을 이용해 몰래 꺼내 서류 위조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KT ENS 인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KT ENS 인감은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관리하기도 했으며 관리자 서랍이나 책상 위에 놓아두면 필요한 직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KT ENS 협력업체들이 허위 매출채권으로 담보 대출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서류는 이들 업체가 낸 허위 세금계산서였지만 진위를 제대로 확인한 은행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세금계산서에 1회 매출액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까지 찍혀 있고 이와 같은 세금계산서 수백 장이 제출됐지만 금융기관들은 이 계산서가 세무서에 신고됐는지, 세금계산서 내용과 같이 실제 매출이 있었는지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티앤씨 서 대표와 엔에스쏘울 전 대표 등은 대출받은 돈을 회사 운영자금이나 그전 대출금 돌려막기에 썼을 뿐만 아니라 상장회사인 다스텍을 인수하고 충청북도 충주의 별장을 사들이는 한편 명품시계와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KT ENS 김 전 부장도 전 대표 등으로부터 사기 대출을 도와준 대가로 외제 승용차와 법인카드 등을 받아 쓰고 이들과 어울려 수십 차례 필리핀, 마카오 등지에서 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핵심증인 전모씨를 해외로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금감원 직원 김모 팀장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들이 해외로 도피한 공범 전모씨가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상대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관련 내용들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이밖에 김 팀장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저축은행 감시국 박 모 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