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판 KIST 청사진…과학기술 ODA 새 모델

우리나라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의 새 모델이 될 베트남판 과학기술연구원(V-KIST)의 청사진이 나왔다. 우리 정부는 3500만달러(약 376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2017년까지 연구원 300명 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한다. KIST는 연구장비 지원뿐만 아니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와 자문까지 제공해 V-KIST의 성공을 지원하기로 했다.

베트남판 KIST 청사진…과학기술 ODA 새 모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베트남에서 V-KIST 설립을 위한 한·베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설립 기본계획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20일 밝혔다.

워크숍에는 양국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해 세부계획을 논의하고, 양측 간 협력을 다짐했다.

V-KIST 사업은 ‘KIST와 같은 과학기술연구소 설립을 지원해달라’는 베트남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가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개발컨설팅사업(DEEP)의 일환으로 ODA 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ODA로 지원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베트남 경제 구조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경공업 비중이 높아 1970년대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경제 성장을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중화학공업 육성이 필요하고, 기반 기술을 개발할 연구기관이 절실한 상황이다.

마스터플랜에는 △한·베 과학기술연구원 비전과 설립 목표,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금 마련 △2017년에 개소할 연구소 건축계획과 연구 분야 △KIST 경험과 운영 노하우가 베트남에 녹아들 수 있는 역량 전수 계획 등이 담겼다.

우리나라는 KOICA 예산 3500만달러를 투입해 2017년 9월까지 본관과 연구동, 부대시설 등을 갖춘 연구원 300명 규모의 연구소를 짓고 연구장비와 역량전수 사업을 시행한다. 베트남 정부도 하노이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호아락 테크노파크에 20헥타르(6만평)의 토지와 인프라시설을 마련했다.

연구 분야는 베트남이 강점을 가진 천연물 기반의 생명공학(BT) 분야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전자재료·부품 관련 산업기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IT융합, BT융합 분야에서 미래원천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KIST는 첨단 연구시설 건축과 연구장비 지원 등 하드웨어 구축 노하우뿐만 아니라 운영 자문, 교육연수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한 소프트웨어 이식도 지원할 계획이다.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책임자인 문길주 KIST 전 원장은 “KIST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V-KIST가 자율성과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V-KIST 특별법의 제정,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초대 원장 선임 등이 과제”라며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국가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KIST는 48년 전 미국 원조로 설립된 한국의 첫 ODA 수혜 연구기관이다. 그동안 축적한 연구소 운영 노하우와 연구 개발 역량을 개도국에 다시 돌려주는 ODA 선순환 모델인 V-KIST는 우리나라 국격 제고와 과학기술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기념비적인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