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기 방통위 과제는…규제 일관성, 형평성 갖춰야

[이슈분석]3기 방통위 과제는…규제 일관성, 형평성 갖춰야

지난 2011년 3월 28일 출범한 제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25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3기 방통위가 바통을 이어 받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자 임명이 늦어져 3기 방통위 공식 출범까지 일정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지만 사실상 3기 방통위 출범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3기 방통위는 이전과 달리 사실상 규제 전담 기구로 거듭난다.

지난 2008년 옛 정보통신부와 옛 방송위원회가 통합돼 출범한 1기 방통위는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담당했다. 2기 방통위는 임기 3년 중 2년은 진흥과 규제를,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1년은 규제만을 전담했다.

3기 방통위는 방송통신 규제 전담 기구의 본격 출범이나 다름없다. 3기 방통위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기 방통위 출범에 앞서 규제 전담 기구로서의 바람직한 역할을 진단한다.

규제 전담 기구로 거듭나는 3기 방통위는 규제 일관성과 형평성, 실효성을 두루 달성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3기 방통위는 이전 1·2기 방통위가 규제 일관성을 상실해 형평성 논란을 초래했고 규제 실효성도 담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다.

규제 일관성을 상실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건 이통사 영업정지 처분이다.

지난해 7월 방통위는 KT를 보조금 경쟁 주도사업자로 판단해 7일간의 단독영업정지 조치를 부과했다. 하지만 12월 이통 3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각각 14일과 7일 영업정지를 의결했다. 주도사업자로 선별, 가중처벌하겠다는 규제 철학이 오락가락했다는 방증이다. 방통위 스스로 불신을 초래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보조금 과열 경쟁 주도사업자 선정 기준이 달라지는 등 방통위가 신뢰도와 공정성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를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3기 방통위가 이 같은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규정에 근거, 일관된 집행으로 신뢰를 이끌어내야 한다. 철학을 분명히 해야 명분이 생기고 세부 정책과 실행을 흔들리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위해 보다 확실한 규제 체계의 정립도 3기 방통위의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3기 방통위는 무엇보다 명확한 조사 원칙과 처벌 기준 등 제재 근거를 정립해야 한다.

방통위가 이통사에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준 중 하나가 보조금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다. 이를 위반해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했다는 게 제재의 골자다. 방통위가 이용자 차별행위를 제재하는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 차별 행위의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뿐만 아니라 시정명령 불이행의 제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몫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형평성이다.

2기 방통위는 총 6차례에 걸친 과징금과 영업정지로 이통사를 제재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방송사업자에는 주의와 경고 등 관대한 처벌로 일관했다. 종편에는 특혜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신제재위원회’혹은 ‘방송선처위원회’로 불리곤 했다.

미래부와 방통위 간 업무 협조도 중요하다.

당장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로,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로 이원화돼 있다. 개인정보보호·방송·광고 관련 업무도 미래부와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분야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UHD방송 추진 협의체와 700㎒ 대역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반을 공동으로 운영 중이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의 원만한 관계 설정도 3기 방통위의 주요 과제다.

이동통신 단말 유통 구조 개선법을 비롯해 개인정보 유출 사업자의 과징금 상한을 기존 1억원에서 매출액의 1%로 상향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에 국회 협조는 필수다.

지상파의 보편적 서비스 확대,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종편 특혜 논란 불식 등도 3기 방통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3기 방통위에 강한 추진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IPTV·위성방송 사업자 간 지상파 재송신 문제, 통합방송법 제정 등은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현안이다. 1~2기 방통위가 한 일의 전부는 종편 사업자 선정과 재승인뿐이라는 가시 돋친 비판도 적지 않다.

방통위는 여야 추천 상임위원 간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한 구조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상임위원 ‘합의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그동안 합의제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으로 주요 정책의 표류와 업무 비효율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합의제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로 구분됐고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3기 방통위가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조기 정상화는 물론이고 본연의 역할 수행에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전체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게 3기 방통위 성공의 최우선이다. 이는 방통위 스스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나 다름없다.

3기 방통위는 무엇보다 다수파의 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합의제 기능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다수결이라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문성과 합리적 판단에 기초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기구가 돼야 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