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을 피해 ‘갤럭시S5’ 스마트폰 국내 출시 일정을 앞당겼다. 전 세계 판매량 중 국내 시장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본사가 있는 한국이라는 점과 이통 1위 사업자라는 상징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SK텔레콤 대리점과 삼성디지털프라자는 갤럭시S5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오는 27일 출고가를 발표하고 순차적으로 개통할 계획이다.
전 세계 출시일을 못박아놓고도 굳이 국내 시장 출시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이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서는 SK텔레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KT가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국내 이동통신·단말기 시장 판도가 격변하자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손을 잡고 국내 1위 자리를 수성한 전례가 있다. 갤럭시S3 역시 3G 모델을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를 하면서 국내 첫 출시했다.
플래그십 모델 판매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 언팩 행사 이후 ‘혁신이 없다’는 등의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 지난해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4의 한달간 국내 개통실적은 약 30만대다. SK텔레콤이 절반인 15만대 물량을 해소했다. 이를 단순 대입해 추산하면 예정대로 다음달 11일 갤럭시S5를 출시할 경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국내영업팀의 5월 실적은 출고가 80만원 기준 1200억원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4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갤럭시S5 출시일이 앞당겨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는 불편한 입장이 됐다. 예정 출시일에 유일하게 영업이 가능한 LG유플러스는 갤럭시S5 특수를 기대했지만 SK텔레콤에 선수를 빼앗기게 됐다. KT는 다음달 26일 영업정지가 끝나는 날까지 출시 초반 대목을 바라만봐야 한다.
SK텔레콤 대리점과 삼성디지털프라자·모바일스토어도 비상이 걸렸다. 예약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수율 문제 등으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시일을 열흘 넘게 앞당기면서 기계·전자적인 결함을 보정할 시간이 줄어 제품 완성도가 떨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