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좋은 새 제도를 만드는 것도 `규제혁파`다

‘ICT 융합 품질인증제도’를 시행하자 마자 융합제품 인증 신청이 봇물을 이룬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인증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융합제품이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CCTV가 달린 LED 가로등, 얼굴인식 키오스크 등이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블루투스 안전모와 같은 아이디어 상품도 인증을 대기 중이라고 한다. 하나같이 좋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그동안 이를 인증해줄 제도나 근거가 없어 상품화하지 못한 ‘미완의 대기’들이다. 늦게나마 산업계의 고충을 반영해 이들이 제품화할 길이 열린 게 천만다행이다.

ICT 융합 품질인증제도는 지난달 발효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에 그 근거를 둔다. 기술 융합시대를 맞아 신개념 제품이 쏟아지지만 과거 산업별로 분류된 인증제도로는 공인을 받을 수 없는 허점을 해소해주자는 취지다. 이 제도 시행과 함께 많은 벤처기업이 속속 새 도전에 나섰다는 소식은 제대로 된 제도와 정책이 얼마나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는지 실감하게 해준다.

최근 정부 어젠다는 규제 개혁이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 혁파를 위한 ‘끝장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낡은 규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융합 품질인증제도는 낡은 제도를 혁파하는 것만큼 바뀐 기술이나 시장 상황에 맞춘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사실 우리 산업계는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제도 때문에 신규 사업을 펼치지 못하거나 기존 사업자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유료방송업계에서 빚어진 ‘접시 안테나 없는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8VSB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은 있는데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사업자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으며 소비자는 편리한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졌다. 융합 품질인증제도를 계기로 낡은 제도를 혁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판로를 열어줄 새 제도 재정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