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합작 설립한 광저장장치(ODD) 회사인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TSST·대표 김대성) 임직원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원래 소속이었던 삼성전자로의 복귀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불가하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연초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매각할 때도 직원을 대상으로 삼성 전환 배치 신청을 받은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TSST 임직원의 불만이 크다.
TSST 비상대책위원회(이상 비대위)는 종전 비노조 방식으로는 삼성전자와 대화를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정식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비대위 측은 지난 28일 수원시청에 TSST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했고 사업장에 노조 사무실을 설치하고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TSST 비대위 관계자는 “전체 임직원 400명 중 절반 이상이 노조에 가입할 것”이라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삼성전자 전환 배치를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SST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합작 설립한 ODD 회사로 연간 20%의 고성장세를 구가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TSST의 지분을 협력사인 옵티스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언론 보도 후 TSST 매각을 공식 부인했다가 최근 말을 뒤집은 바 있다.
이에 따라 TSST 임직원의 삼성전자 전환 배치 문제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2004년 삼성전자 ODD사업부 개편 당시 400여명의 연구개발(R&D) 인력과 마케팅인력이 TSST로 이동했고 서비스 및 기타 지원부서 200여명은 반도체사업부 산하 OMS(옵티컬미디어솔루션) 사업부로 삼성전자 소속을 유지했다. 이때 TSST와 OMS 임직원 모두 사측으로부터 400만~500만원 수준의 격려금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돈이 소속을 바꾼 데 따른 위로금으로 주장하지만 TSST 임직원은 단순 격려금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TSST 비대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격려금은 앞으로 일을 더 잘해보자는 취지였지 회사를 옮긴 데 따른 위로금 성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 1월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2.6%를 미국 코닝 본사에 매각할 때도 ‘삼성’ 이름값을 포기하고 코닝 측에 남는 임직원에게 위로금으로 ‘4000만원+기본급 10개월치’를 지급했다. 과거 시게이트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매각할 때도 큰 논란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TSST 매각은 삼성전자 출신들이 국내 협력사로 넘어가는 상황이어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TSST 매각 이슈가 향후 실적이 나쁜 삼성 계열사나 사업부를 정리하는 시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는 TSST 사업 회생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선책이며 MOU, 본계약 체결에 대해 직원들에게 사전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요구하는 삼성전자 전환 배치에는 “과거 출범 당시 전직 동의를 받고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