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지상파 방송 N스크린 서비스 푹TV에 거액의 콘텐츠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가뜩이나 적자상태인 미디어 사업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지상파 방송은 TV 시청률 하락으로 광고 수입이 감소하자 콘텐츠 이용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매출을 보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월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정확한 산출 기준 없이 거액의 콘텐츠료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상파가 이번에도 정치력으로 거액의 콘텐츠 이용료를 관철시키면서 향후 가입자당 재전송료(CPS) 협상 등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다. 콘텐츠 비용 증가에 신음하는 유료방송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상파방송, 유료방송사업자 전 방위 압박
유료방송업계는 푹TV가 IPTV 3사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푹TV에 출자한 지상파 방송사가 실질적 계약 주체라는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푹TV로 창구를 일원화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면서 유료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계약은 콘텐츠를 앞세운 지상파 방송사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상파가 지난해 전국 12개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재전송료 지급을 요구한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IPTV, 위성방송 사업자에 이어 개별 SO에 재전송료를 부과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케이블TV 사업자에 8레벨잔류측파대(8VSB) 방식으로 송출하는 고화질(HD) 채널에 CPS를 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향후 양 업계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됐다.
◇IPTV 사업자 부담 가중
IPTV 사업자는 푹TV와 계약하면서 모바일 IPTV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부담이 증가하는 역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계약은 기존 CPS 과금과 별개다. IPTV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에 유선 IPTV CPS를, 푹TV에 모바일 플랫폼 콘텐츠 사용료를 각각 지불해야 한다.
이번 계약은 3사 공통 일시불과 콘텐츠 사용량에 따른 이용료 지불이라는 복합 구조다. 사용자 정보도 넘겨줘야 한다.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상파를 시청하는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부담해야 하는 계약금과 지상파에 제공해야 하는 가입자 정보량은 증가한다. 모바일 TV 가입자 수가 늘어도 푹TV에 지불해야 할 콘텐츠 사용료를 감안하면 매출과 순이익이 확대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IPTV 업계에서 지상파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IPTV 업계 관계자는 “IPTV로서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콘텐츠를 공급받는 형태”라며 “지상파가 2년 후 재계약을 종용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상파 재송신료, 가이드라인이 없다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KBS1, EBS 등 의무 재송신 채널이 아닌 지상파방송 재송신은 아직 명확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재송신 과금 체계를 둘러싼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다. 케이블TV 업체의 지상파 송출중단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하기도 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전담반 구성한 것은 물론이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공청회 등 진행하며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지상파 재송신료를 안건으로 다루지만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콘텐츠를 공급받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저작권료 차원에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해관계 당사자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과금 체계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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