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이통 3사와 200억원대 콘텐츠 사용료 계약···통신업계 "울며 겨자 먹기"

2년간 200억 모바일 사용료 내기로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인 푹(pooq)TV가 IPTV 3사 모바일 TV에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의 콘텐츠 사용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IPTV사업자는 지난해 지상파에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내기로 합의한 데 이어 모바일TV에서 콘텐츠 사용료를 별도 부과하게 되면서 부담이 갑절로 늘어났다. 미디어 사업에서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IPTV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 압력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푹TV는 IPTV 3사 모바일 플랫폼에 2년간 지상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200억원을 웃도는 규모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푹TV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총계약금액은 200억~300억원에 달한다”며 “IPTV 3사가 17개월간 사용료를 공동으로 지불하며, 나머지 7개월분은 수익배분율(RS) 방식으로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IPTV 사업자는 “전체 계약금액 중 60~70%를 3사가 공동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각 사가 콘텐츠 사용량에 따라 러닝 개런티 형태로 차등 납부하라는 것”이라며 “모바일 TV가 지상파 콘텐츠로 벌어들였던 연 매출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PTV 3사가 확보한 모바일 TV 유료가입자 수는 각각 KT 100만명, SK브로드밴드 100만명, LG유플러스 150만명가량이다. 그동안 지상파가 모바일 TV에 제공한 주문형 비디오를 모든 가입자가 한 번씩 봤다고 가정해도 월 매출은 최고 10억원(700원 기준) 규모다. 24개월로 환산하면 이번 계약금 규모에 버금가는 240억원가량이다.

IPTV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TV는 플랫폼 특성상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 수가 적어 지상파 주문형비디오 월 평균 매출은 5억원 미만”이라며 “지상파가 콘텐츠 파워와 자체 보도 기능을 무기로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약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상파 방송 재송신료 산정 방식을 규정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IPTV 사업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계약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 TV 이용자 정보를 푹TV에 제공하기로 한 조항도 마찬가지다. 이번 계약에 따르면 모바일 TV 이용자는 ‘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지상파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 먼저 푹TV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플랫폼에 따라 급변하는 지상파 과금 형태가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업자에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사업자에게 지상파와 같은 대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종편도 계약 형태를 수정해 계약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힘의 논리를 앞세워 거액의 콘텐츠 사용료와 플랫폼 사업자의 가입자까지 뜯어내겠다는 불공정 계약”이라며 “정부, 업계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재송신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