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액정표시장치(LCD)용 반도체 칩 자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2일 닛케이신문은 애플이 르네사스 SP드라이버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LCD용 칩은 LCD 패널 화질과 화면 응답속도를 좌우한다. 스마트폰 전체 소비전력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기술이다.
애플은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보유한 르네사스 SP드라이버 주식 전량 매입에 나섰다. 전체 주식의 55%다. 나머지 지분은 샤프와 대만 칩 제조 협력사 파워칩이 각각 25%, 20%를 갖고 있다.
이번 인수로 애플은 르네사스 SP드라이버의 기술과 개발자 등 직원 240여명도 확보할 전망이다. 인수 금액은 500억엔(약 5000억원) 규모다. 오는 여름까지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이번 인수로 부품 기술을 확보하고 신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회사는 LCD 패널 협력사 샤프를 통해 자사 전용 부품의 개발 생산을 지원해왔다. 샤프가 보유한 르네사스 SP드라이버 지분도 향후 애플의 요청으로 양도될 것으로 예상됐다.
르네사스 SP드라이버는 애플 아이폰에 사용되는 LCD 칩 전량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계 중소형 LCD 칩 시장에서는 30% 가량의 점유율을 보인다. 지난해 매출은 약 600억엔(약 6100억원) 규모로 60억엔(약 61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모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 개선을 위해 자동차 및 산업 기계용 반도체 분야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대변인은 “매각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뉴스해설
애플의 르네사스 SP드라이버 인수는 M&A로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자사의 반도체 역량을 높여 스마트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모바일 반도체 강자 퀄컴의 영향력을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애플은 인수합병(M&A) 등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키워왔다. 미국 저전력 반도체 업체 패스이프(Passif), 이스라엘 플래시메모리 업체 어노비트(Anobit) 테크놀로지와 3차원(D)센서용 반도체 업체 프라임센스(Prime Sense)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회사의 이런 노력은 핵심 부품기술을 확보해 신제품 개발 과정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점차 치열해지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스마트폰 경쟁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도 반도체 기반 기술은 필수다. 향후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와치 등 차세대 제품의 경우, 저전력 기반의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 확보는 중요하다.
애플이 르네사스 SP드라이버 인수 이후 기술력 강화를 위해 M&A에 더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술 확보와 동시에 안정적으로 주요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반도체 관련 소규모 M&A 이슈에 항상 애플을 유력 구매자로 거론하고 있다.
애플의 반도체 기술 확보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퀄컴에 대한 의존도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 제품 대부분은 퀄컴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를 사용한다. 애플은 퀄컴의 무선통신 칩을 사용하지만 이미 모바일 AP는 자체 개발하고 있다. 1위 퀄컴에 이어 세계 모바일AP 시장 2위다. 지난해 발표한 아이폰5S에는 업계 최초로 64비트 AP도 탑재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