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쏘나타’가 갖는 이름값은 결코 작지 않다. 1985년 첫 출시 이후 30여년의 시간동안 국산 중형 세단의 대표 자격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쏘나타는 현대자동차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올려놓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700만대에 달한다.
쏘나타가 5년만의 풀체인지를 통해 새롭게 돌아왔다. 이번에 출시된 7세대 신형 쏘나타는 ‘기본기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현대차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모델이다. 이 ‘국민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도 크다. 지난달 5일 예약 판매 개시 이후 한 달도 안 돼 누적 계약대수는 1만8000대를 넘어섰다. 지난 2일 안면도와 대천해수욕장을 왕복하는 162㎞의 도로 위에서 신형 쏘나타의 변신을 직접 체험했다. 시승한 차량은 가솔린 2.0 CVVL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 모델이다.
신형 쏘나타의 외관 디자인은 정제되고 품격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 현대차의 고민이 녹아 있다. 이전 6세대 모델인 YF 쏘나타에서 보여줬던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개선을 택했다. 전면 그릴부터 후면 트렁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부분도 튀는 부분이 없다. 무난한 디자인을 지향하다 보니, 어찌 보면 특색 없는 ‘심심한’ 디자인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내 공간은 넉넉한 패밀리 세단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세 명의 성인 남자가 뒷자리에 함께 타더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다.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축간 거리)를 10㎜ 늘려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을 확보한 덕이 크다. 또 462ℓ에 달하는 트렁크 용량도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트렁크는 한눈에 보기에도 ‘크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현대차가 기본기 혁신을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주행 성능은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출발부터 시속 60~70㎞에 이르는 중저속 구간에서의 가속성은 크게 무리가 없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리와 풍절음, 그리고 지면 소음도 크지 않다.
하지만 고속 구간에서의 가속시에는 엔진 RPM이 갑자기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오르막길에서의 가속은 어쩔 수 없지만, 평지 구간에서도 시속 100㎞ 이상 가속하기까지 3000~5000 RPM을 오르내렸다. ‘힘이 딸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저속 구간의 실용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뽑아내도록 세팅된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2.0 CVVL 모델의 최고출력은 168마력, 최대토크는 20.5㎏·m다. 최대토크는 이전 모델과 같지만, 최고출력은 조금 낮아졌다.
이는 파워트레인 혁신보다 엔진 제어를 통한 연비 개선에 중점을 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2.0 CVVL 모델의 공인 연비는 12.1㎞/ℓ로 이전 모델(11.9㎞/ℓ)보다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11.6㎞/ℓ로 낮아진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는 편도 81㎞ 구간에서 두 번에 걸쳐 확인한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에 미치지 못했다. 주행 및 제동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주행시에는 공인 연비에 더 근접할 것으로 기대된다.
급제동과 급선회시 차량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샤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은 주행 안정성을 훌륭하게 뒷받침한다. 또 이전 모델의 세스펜션이 부드러운 미국식 세단을 지향했다면, 신형 쏘나타는 단단한 독일 세단에 가까운 느낌이다.
가장 돋보인 편의 기능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시스템이다. 국산 중형 세단에 최초로 적용된 이 기능은 장시간 운전시 피로도를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오가는 오른발의 수고를 완전히 덜어준다. 세팅해 놓은 최대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 내에서 주행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초반에는 오른발이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로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두번 경험해보면 믿음이 간다.
ASCC 시스템은 그랜저와 신형 제네시스에는 이미 탑재됐지만, 쏘나타까지 확대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ASCC 기능은 2.0 CVVL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과 2.4 GDi 익스클루시브 트림에서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ASCC 시스템과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할 경우, 2.0 CVVL 프리미엄 모델 출고 가격은 3250만원까지 올라간다. 신형 쏘나타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폴크스바겐 ‘파사트’ 2.5 가솔린 모델과의 가격 차이는 560만원이다. 또 도요타 ‘캠리’ 2.5 가솔린 모델과의 가격 차이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