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LG유플러스가 롱텀에벌루션(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전격적으로 출시하자, SK텔레콤과 KT도 같은 날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요금제 베끼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통사 간 요금제 베끼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혁신적 시도 자체가 순식간에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는 허탈해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통사의 이 같은 행태가 요금 담합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통신업계도 요금제 베끼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특정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면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아야 리스크를 줄일 수밖에 없는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통사 간 요금제 베끼기는 갈수록 시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SK텔레콤이 지난 2010년 3세대(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한 이후 KT와 LG유플러스는 한 달여 간격을 두고 따라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가 월 9만5000원, 11만원, 13만원 등 3종류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자, KT는 같은 날, SK텔레콤은 다음 날 유사 요금제를 각각 발표했다.
이통사 간 요금제 베끼기 경쟁이 자존심 경쟁으로 비화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SK텔레콤의 망내 음성 무제한 요금제는 이통 3사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 출시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에 이어 KT와 LG유플러스가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로 맞받았고, SK텔레콤도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통사는 신규 가입자가 사실상 정체된 시장에서 경쟁 논리에 의해 요금제 따라가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차별적 요금제 설계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사실에는 비판적이다.
요금제 베끼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미래창조과학부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제를 구성하는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데이터 이용량 등 변수가 제한돼 있다”며 “요금제 자체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통 3사의 혁신적 요금제로 인한 이용자 편익 증진과 관련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이통사는 금융권의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 심의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독창성과 고객 편익 제공 정도 등을 감안, 일정 기간 경쟁사가 베끼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통 시장에 당장 적용하기 쉽지 않고,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금제 베끼기는 전적으로 이통사 간 이슈로, 이용자를 철저하게 배제한 소모적 논리전이라는 것이다. 보다 많은 이용자가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 이통사 간 요금제 베끼기로 인한 긍정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혁신적 요금제를 출시한 특정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건 자칫 특혜 시비로 비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혁신적 요금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차제에 이통사 간 요금제 베끼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혁신적 경쟁과 다수 이용자 편익을 증진할 수 있는 처방이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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