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SF영화 ‘어벤저스2’가 한국을 촬영지로 택했다. 과거 일본이나 중국인으로 그려졌던 한국인 혹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기의 영화 장소로 떠오르면서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는 촬영을 돕기 위해 이례적으로 마포대교 등을 전면 통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촬영지로 몰리고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반면에 영화 촬영지 주변 지역은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았고, 촬영 내용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으로 불법 유출되면서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영화 촬영의 홍보 효과에 집착한 나머지 부작용은 미처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최근 정부는 전자상거래 이용 시 공인인증서 의무를 폐지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하나로 수년간 방치됐던 결제 수단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덕분에 이제는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아도 인터넷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과정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체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눈치를 본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다. 제대로 된 설득과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해킹 위협 운운하고 있다.
정책 결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절차다. 국민의 여론을 잘 수렴하고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후속조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금융당국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벤저스2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폐해들처럼 공인인증서 폐지 과정에서도 국민의 불편과 희생이 따를 수 있다. IT 강국 위상에 걸맞은 세심한 배려와 꼼꼼한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경제금융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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