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숱한 1등 사업을 일구어 낸 것은 분명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업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무엇이 문제일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란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추진력으로 연간 40조원의 이익을 내는 것은 분명 치하할 일이다. 그러나 혁신의 성과가 선순환되지 않으면 사회는 적대적으로 변한다.
‘혁신 기업은 결국 혁신을 시기하는 사람들에게 의해 규제된다’는 말이 있다. 혁신의 구루 슘페터 교수가 미국 경제학회에서 경고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배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것을 참지 못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걸쳐 진실이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코닥, 모토로라, 노키아 등 수많은 기업이 성공에 도취돼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다 무너져 갔다. 지금까지의 삼성전자 성공 방정식이 미래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공급망 관리 능력, 엄격한 실적위주 인사체계, 강력한 내부 경쟁 등 삼성의 핵심역량이 미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인수합병(M&A) 역량 부족, 개방성 한계, 부족한 생태계 문화 등 미래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은 분명 결여돼 있다. 지금이 삼성전자의 위기일 수도 있기에 열린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재탄생을 기대하는 것이다.
선도기업은 단기적 내부이익 중심에서 장기적 가치창출로 진화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궁극적으로 선도기업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이 아나톨 칼레츠키가 ‘자본주의4.0’에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다. 단기 실적 위주 인사체계는 혁신 생태계 구축보다는 약탈적 거래를 조장하게 된다. 위기경영 명목의 강력한 단가인하로 납품기업의 수익은 급전직하한 반면에 삼성전자의 이익은 유지되고 있음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협력사의 부품 구매를 해외 직접 생산으로 대체한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앱세서리 시장이 커지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접 사업 확장으로 앱세서리 업계를 절반으로 위축시킨 것은 장기적으로 삼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많은 벤처기업이 불공정거래에 반발하다 거래가 중단된 사례는 벤처 산업계에 잊히지 않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등을 하라는 일등 지상주의는 경쟁기업들과의 불공정 게임을 부추기게 했다. 한국의 유일 자원인 우수 인재들의 블랙홀이 되면서 교육 생태계도 왜곡됐다. 천지인 특허 소송 등의 진행 경과는 창조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단기 이익 극대화는 장기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이 수평적 개방 혁신으로 진화하는 이유다.
문제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너무나도 강력한 삼성의 힘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정계·행정부·언론계 전반에 걸친 삼성의 로비 활동을 폭로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불리한 판결·정책·보도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반대로 삼성전자의 미래에 결정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무소불위 힘의 과시는 사회적 반작용이 누적되면서 결국 국가는 기업규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슘페터의 경고를 다시 강조한다.
대한민국 최대 광고주가 삼성전자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전자에 반하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언론사 존립에 위협이 된다는 의미다. 실제 삼성에 불편한 보도를 한 이후 보복성 광고 중단 등으로 언론사가 어려움에 처한 사례는 너무 많다. 광고 및 광고 외 지원은 언론을 삼성에 편향시켰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항상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삼성전자는 이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래 한국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삼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경쟁에서 협력으로 진화하는 것이 삼성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화두가 될 것이다. 강한 기업 삼성에서 사랑스런 기업 삼성으로 재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mhlees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