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요타가 미국 법무부와 급발진 수사 종결에 합의하면서 1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가운데, 도요타는 이미 1980년대 중반 전장 부품 결함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으로 인해 리콜을 단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전장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하드웨어 결함으로 인한 차량 오작동 가능성도 함께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공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1986년 자사의 스포츠 세단 ‘세리카(Celica)’의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가능성에 의해 리콜을 단행했다. 공문은 1986년 9월 30일, 도요타 미국법인이 NHTSA에 송부한 것으로 세리카의 결함 조사 결과와 함께 리콜 계획 등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서 도요타는 “(리콜 대상 차량의) 크루즈 컨트롤 컴퓨터 제조 과정에서 인쇄회로기판의 코팅 결함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칩(IC) 납땜 단자(terminal)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단자가 완전히 분리돼 회로가 비전도(non-conductivity)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속 주행을 돕는 크루즈 컨트롤 제어기가 제조상의 결함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보고서에는 이 결함으로 인해 차량이 ‘급가속(suddenly accelerate)’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적시됐다. 도요타는 당시 보고서에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온(On) 상태에서 시동을 걸 경우, 엔진 스피드가 갑자기 올라갈 수 있다”며 “또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 변속기를 D나 R로 이동시킬 경우, 자동차가 급가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시했다. 당시 도요타는 결함이 발견된 모델과 생산 기간 등을 명시하고 리콜을 통해 무상으로 문제가 된 부품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NHTSA 공문에서 확인된 이 사례는 전장 부품 결함으로 인한 차량의 오작동 가능성을 완성차 제조사가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례는 하드웨어 결함으로 인해 운전자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오작동 또는 급발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20여년이 지난 미국 시장에서의 리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시스템 오류에 의한 급발진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