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박영서)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미국 퍼듀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실리콘 물질을 이용한 ‘실리콘 기반 양자컴퓨터 실용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뉴사우스웨일즈대가 주사형 터널 현미경을 이용한 공정으로 소자를 제작하고, KISTI와 퍼듀대가 계산을 통해 소자특성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다중 큐비트 시스템의 구현’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그 결과를 지난 14일 네이처에 게재했다.
인 원자를 집적한 실리콘 기반 큐비트 시스템은 정보유지 시간이 길어 다중 큐비트 기반의 확장성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효과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론을 통해 입증된 실리콘-인 기반 다중 큐비트 시스템 구현 사례는 아직 없었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소자의 특성 측정만으로는 동작 타당성을 100%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현 가능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계산을 통한 증명이 필수적이다. 뉴사우스웨일즈대가 만든 다중 큐비트 시스템의 동작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의미를 가진 편미분 방정식을 행렬화시켜 풀어야 한다. 행렬 크기가 최대 3000만×3000만에 달해 슈퍼컴퓨터 활용이 불가피하고, 상용 소프트웨어로는 계산이 어려워 대용량 행렬을 병렬화해 계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
KISTI는 뉴사우스웨일즈대가 제작한 샘플의 성능 측정결과가 다중 큐비트 시스템으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슈퍼컴퓨터 기반 계산을 통해 이론적으로 규명했고, 계산을 가능하게 한 3차원 반도체 물질의 전자구조 계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퍼듀대와 협동 계산 연구 수행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류훈 KISTI 박사는 “연구결과는 2~3개의 인 원자를 집적한 것으로 실리콘 기반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한 기본단계”라며 “더 많은 인 원자를 가진 큐빗 시스템 성능을 계산해 실리콘 기반 양자컴퓨터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 가이드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가 지원하고 KISTI가 수행하는 첨단 사이언스·교육 허브 개발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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