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카드사의 로열티 족쇄를 끊기 위해 국내 카드사가 비자·마스타 로고를 지우고 있다. 로열티 수수료가 없는 은련, 디스커버리 등 새로운 사업자와 협력 체계를 강화하면서 다양한 제휴카드 개발에 나서는 등 ‘탈(脫) 비자·마스타’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카드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 브랜드카드가 로고 값만 연평균 1400억원에 달해 ‘국부 유출’ 논란까지 벌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 카드사는 해외 결제망을 제공하는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결제 금액의 1%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국내 결제금액에 대해서도 0.04%의 수수료를 받는다. 해외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아도 국내 카드사가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용 수수료 대비 국내 사용 수수료 총액은 6배에 달한다.
국내 카드사들이 제휴 등을 통해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 국내외 겸용카드 발급에 차차 눈을 돌리면서 수수료 없는 제휴카드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일본 결제 대행업체인 NTT데이타와 제휴해 9월 일본에 진출한다. 일본 NTT데이타 가맹점과 제휴해 국제 브랜드 이용 수수료를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는 또 지난해 5월부터 ‘은련 브랜드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심플과 큐브 두 종류로 현재까지 50만좌가 나갔다.
비씨카드는 ‘글로벌카드’를 통해 독자 발급 구조를 갖췄다. 기존 국제 브랜드카드와는 달리 해외 사용 시 고객이 부담하는 국제카드 수수료 1%가 없고, 국내 전용카드처럼 연회비도 저렴하다. 글로벌카드는 현재 470만좌 발급을 기록한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디스커버리, 일본 JCB, 중국 은련을 끌어들였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불필요한 국제브랜드카드의 발급을 줄여 국부의 유출을 막아 궁극적으로는 카드사의 건전성 강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중국 은련과 제휴해 중국 내 220만여개 은련 가맹점과 ATM 네트워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롯데 포인트 플러스 펜타 카드’ 등 총 6종의 은련 브랜드 카드를 출시했다. 현재까지 약 30만좌 이상의 발급 현황을 기록했다.
국민카드도 은련과의 발급업무 계약 체결 후 ‘와이즈카드’ 등 수수료 없는 카드 발급을 늘리고 있다. 이 카드도 국제카드 수수료가 없어 고객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국내 카드사의 제휴카드가 늘면서 국제 브랜드카드 발급도 내리막길이다. 2010년 8241만장이던 국제 겸용카드는 2012년 7586만장으로 떨어졌다.
반면 수수료가 없는 국내 전용카드는 2010년 2736만장에서 2011년 3214만장, 2012년 3467만장, 지난해에는 3560만장(6월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외 카드사에 주는 국내 사용분담금도 2010년 990억원에서 2011년 1109억원, 2012년 1062억원, 2013년(6월 기준) 665억원으로 떨어졌다.
해외 카드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 고급화 마케팅 등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발굴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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