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바닷물과 잔해 속에 갇힌 승객을 외면한 채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는 ‘세월호의 악마(Evil of Sewol)’로 불리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이준석 선장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 선장은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기만 살겠다고 배와 승객을 버렸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침몰하기까지 1시간 동안 승객을 객실에만 머무르게 했고 수습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르자 혼자 탈출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이 선장의 행위는 승객 안전을 우선해야 할 책임을 내팽개친 것이다. 선장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하고 사고력도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선장을 리더라고 끝까지 믿었던 승객을 생각하면 가슴 저릿한 아픔이 더해진다.
사고 발생 열이틀째인 일요일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초기대응 미흡과 수습 과정에서 혼선을 드러낸 점에 사과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일부 관료의 부적절한 처신도 총리의 사퇴에 한몫했다.
그러나 사의 표명이 정 총리가 기대한 대로 격앙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총리의 사퇴는 너무 이른 것으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또 여론이 악화돼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만약 총리 사의 표명이 정치적인 판단이라면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사고 수습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정 총리가 도망치듯 사퇴한 것이다. 승객을 버리고 혼자 탈출한 이 선장처럼 정 총리도 리더로서 적절치 못한 책임감 없는 처신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를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 완료 후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사퇴하는 우리 사회 리더의 모습에 국민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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