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탑승 인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여객승선권 전산 시스템이 2002년 운영 초기부터 여객선사의 활용도가 낮아 지난 10년간 운영업체가 네 번이나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선승선권 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현재까지도 상당수 선사가 실제 탑승객보다 훨씬 적은 탑승객 수만을 전산입력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선사의 전산입력 기피는 세금 탈루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여객선 전산매표를 위한 승선권 전산 시스템이 2002년 구축된 이후 한국해운조합에서 3개의 민간회사로, 다시 한국해운조합으로 변경됐다. 민간 사업자는 낮은 선사 활용도로 수익이 확보되지 않자 운영권을 매각했고 결국 2012년부터 해운조합이 다시 맡았다.
여객승선권 전산 시스템 구축은 1999년 해운법과 국세청 고시로 처음 추진됐다. 당시 시스템 구축비용으로 해양수산부가 3억8000만원을, 케이엘넷(KLNET)이 12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2002년 가동 후 위탁운영사업자로 결정된 해운조합이 케이엘넷에 재위탁을 했다. 케이엘넷은 전산매표 수수료의 1.2%를 수익으로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 운영을 맡았으나 선사의 전산매표 활용비율이 낮아 옛 동부DIS(현 동부CNI)에 운영권을 매각했다. 동부DIS는 T사로 재매각했고 이후 2011년 해운조합에 6억5000만원에 다시 매각했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해운조합은 운영권을 이관받은 후인 2012년 초 전산매표시스템 운영효율화 연구를 진행, 노후 장비 교체 등 약 3년간 15억원 규모의 고도화 사업을 진행했다. 해운조합은 여객승선권전산시스템 운영을 위해 PC 449대, 프린터 444대, PDA 151대를 보유하고 있다.
고도화 사업까지 진행해 여객승선권전산시스템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전자매표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여객선사의 시스템 이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여객선사가 실제 탑승인원을 정확히 전산입력하지 않고 일부만을 입력한다”면서 “하지만 선사에 전산입력을 강제할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선사가 탑승자 중 일부만을 전산입력하는 것을 두고 “세금 탈루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세월호도 전산입력된 탑승객은 447명이지만, 실제 탑승객은 474명으로 30명 정도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여객선을 탑승하는 선착장에 승선권 인식시스템이 없는 것도 여객선 탑승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이유다. 전자매표로 승선권을 발부받아도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거나 무임승차가 있으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선사 관계자는 “여객선을 타는 선착장에도 승선권을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승선권 소지자가 실제로 탑승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정확한 인원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조합은 연간 30억원에 불과한 정보화 예산으로 400곳이 넘는 기항지에 승선권 인식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자매표 시 인적사항을 기입하지 않고 승선권을 발권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차량이나 화물의 전산입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여객선에도 항공 여객시스템처럼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통합 여객시스템이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수부가 여객터미널과 여객선사들의 여객 승선권시스템을 연동한 통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수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오는 6월부터 승선권 전산매표를 의무화하고 이름과 성별,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전산입력하도록 했다. 7월부터는 선박에 적재되는 차량과 화물에 대한 전산입력도 의무화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