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국가 재난구조는 물론이고 해운 운영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고다. 사고 발생 초반에 탑승객 수를 놓고 당국이 우왕좌왕하다 CCTV를 통해 일일이 확인해 최종 수치를 발표한 촌극이 총체적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자발권시스템이 있는데 제대로 집계하지 못했다. 허술한 규정 탓이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12년 전에 많은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건만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제대로 탑승객을 입력하지 않거나 아예 쓰지 않은 선사마저 있었다. 2년 전에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그래도 규정을 바꾸지 않아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수익성 문제로 10년간 운영업체가 네 번이나 변경됐다. 그 사이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었다. 의무화하지 않은 이 시스템을 쓰지 않아도 누구 하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관리 감독 주체도 명확치 않아 선사들이 탑승객을 허수로 입력해도 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세월호 탑승객이 30여명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이 세금을 적게 내려고 탑승객 중 일부를 입력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는다. 애초 시스템을 구축한 가장 큰 이유가 세수 확보였다. 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부 대형 선사들은 아예 자체 시스템을 운영한다. 종합적인 집계도 불가능하다.
부실한 운영도 문제다. 운영 업체의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제대로 된 인식시스템 구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적 사항을 입력할 수도 없어 탑승객 수치 외에 별다른 정보 없이 운영한다. 차량이나 화물은 입력조차 안 된다. 과적과 같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안전조치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정부는 앞으로 전산매표와 다양한 인적 사항 입력 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길은 책임자 몇 명 옷을 벗는 것이 아니라 이런 허점을 빨리 찾아내 보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