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VAN) 리베이트 금지에도 편법 동원 여전...여전법 개정안 처리 시급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밴(VAN)사업자의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리베이트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여러 이슈에 밀려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사례를 모아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상당수 VAN사는 대형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일부를 이들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제공해 왔다. 결제 규모가 크다는 점을 내세워 VAN사 간 경쟁을 붙이고 리베이트를 받아내는 행태다. 리베이트 규모는 정확하지 않지만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의 제재 방침에도 법 처리가 늦어지는 틈을 악용해 리베이트를 마케팅 지원금으로 둔갑시키는 편법도 등장했다. 단말기 무상지원을 요구하거나 가맹점 홈페이지에 VAN사의 배너광고를 띄우고 홍보비까지 받는 사례도 나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형 지불결제사업자(PG)와 상호금융조합까지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대형 유통가맹점 위주로 리베이트가 오갔다면, 이제는 PG사나 전자결제사업자까지 지원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VNA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불합리한 관행을 스스로 깨겠다고 VAN사가 나섰고 정부도 동참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이를 처벌할 법제가 마련되지 않아 실행은 감감무소식이다.

VAN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우리가 더 문제라고 비판한다”면서 “갑(대형가맹점·PG업체 등)의 횡포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해결할 법적 근거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도 “관련 개정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처벌 규정이 없어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가 빨리 처리해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법기관을 통한 형사처벌을 위해 VAN사가 직접 나서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한 온라인결제사업자는 “VAN사와 정식 계약을 통해 대리점 역할을 해주고 모집 지원비를 받은 것 뿐이다”고 해명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