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영방송이 서울·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방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콘텐츠 재전송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중앙 지상파 서울방송(SBS)도 이 소송전에 가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콘텐츠를 지방 SO가 별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송신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요구하며 나섰다.
지역민방에 이어 SBS까지 지방 SO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서 가입자당 재전송료(CPS) 기준과 저작권료를 둘러싼 유료방송 업계와 지상파 간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SBS는 지난달 24일 지방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개별 SO를 상대로 자사 콘텐츠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을 수신한 MSO·개별 SO는 최근 지역민방 9개사가 재전송료 지불을 요구하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피고 측 14개사다. 피고 측 지방 SO가 무단으로 재송신한 지역민방 채널의 SBS 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당했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 골자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해당 문건에 따르면 SBS는 “(지방SO가) 무단 재송신하고 있는 지역민방 채널에 포함된 당사(SBS) 프로그램은 당사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며 “(지방SO에) 방송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 관계자는 “지방 SO가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SBS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내부 협의를 거쳐 손해배상액 규모, 소송 등 청구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SBS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SBS가 지역민방을 경유해 각 지방 SO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저작권 침해 문제는 중앙 지상파와 지역민방이 풀어야 할 과제라는 주장이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민방이 이미 각 지방 SO를 대상으로 콘텐츠 재전송료 지불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중앙 지상파가 다시 한 번 저작권을 주장하며 콘텐츠 사용료를 받아내는 것은 사실 상 이중과세”라며 “명확한 콘텐츠 사용 비용 산정 기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지방 SO가 난시청 지역 해소에 공헌하면서 콘텐츠 수요를 늘리고 있는 만큼 지상파가 과도한 콘텐츠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인철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는 “지상파는 저작권법 제85조 동시중계방송권과 함께 저작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민방과 별개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SBS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도 “지방 SO가 지상파가 제대로 전파를 보내지 못하는 난시청 지역 해소에 일조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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