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이란 자의든 타의든 다른 사람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가리킬 때 통용되는 말이다. 희생양은 책임져야 할 사람 혹은 잘못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래서 희생양이 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관료 출신 인사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관련 기관·협회 등 요직을 독점하는 것을 빗댄 ‘관피아’는 관료 사회의 부조리와 무능, 폐단을 상징하는 단어이자, 척결의 동의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자격 논란은 물론이고 무능과 무지, 부패를 자행한 ‘관피아’는 적폐이자, 비정상적 관행이다. ‘관피아’를 바로잡아야 비정상의 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현 정부와 정치권이 ‘관피아’를 희생양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와중에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 등 현 정부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요직에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관피아보다 훨씬 더 전문성 시비 등 자격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 한 둘이 아니다. ‘관피아’를 차단하고, 대선 후 논공행상에 불만이 많은 ‘정피아(정치권 인사+마피아)’를 배려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다.
애초에 낙하산에 대한 불신과 불만 등 여론의 반감과 증오를 다른 대상, 즉 ‘관피아’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수차례 확인한 것처럼 최소한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낙하산’ 인사로 인한 부작용은 상당하다. ‘관피아’ 못지않게 적폐가 심한 ‘낙하산’을 막을 방안을 우선 마련하고 함께 개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우이겠지만, 혹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관피아’를 낙하산을 위한 희생양으로 이용하려 했다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근본부터 뜯어고치라는 얘기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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