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국민 탓하는 정부

[관망경]국민 탓하는 정부

세월호 사고 발생 17일이 지났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상황에 국민 상당수는 슬픔을 넘어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사건 초기 발생했던 정부 재난 컨트롤타워 논란이나 마치 정부가 각종 사태의 심판자인 것처럼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 수습이나 대책 마련에 앞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어느 누구도 ‘내 탓’을 먼저 말하지 않았다.

7일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의 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총리는 세월호 사고 수급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최근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사고를 언급했다.

주요 내용은 점검이 부실하거나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자체점검 사업 주체와 담당책임자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또 지하철 사고의 근저에 깔린 신호 관리자 등의 안전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번 지하철 사고의 근저에도 신호 관리자 등의 안전의식 결여가 자리하고 있다”며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의 안전의식과 문화를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포함한 국민안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이 발언대로라면 세월호나 지하철 2호선 사고도 국민의 안전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셈이다.

발언 어디에도 정부의 시스템 부재나 직무 유기를 반성하는 내용을 읽을 수 없다. 오히려 정부는 책임을 묻거나 지적하는 주체로만 존재한다.

‘지금 시점에서 한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어느 고위 공무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현 상황을 내 탓이라고 인정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상황을 풀어갈 길도 보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