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에서 예정됐던 인디밴드 공연 ‘뷰티플 민트 라이프 2014’는 공연 하루전 갑자기 취소됐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있는 상황에서 극장을 빌린 고양문화재단이 계약을 취소했다. 화창한 봄날을 맞았지만 공연계는 시름에 젖었다. 한 마디로 ‘춘래불사춘’이다. 세월호 아픔과 함께 공연 취소와 연기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기획사와 뮤지션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지난 7일까지 접수된 공연 취소와 관련 소비자 상담 신고는 111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40건 대비 갑절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공연 취소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공연이 대거 취소됐다. 헤드라이너를 포함한 10여 팀의 해외 밴드와 30여 팀이 참여할 예정이던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 지난달 23일 취소됐고, ‘그린플러그드 2014’도 6월로 날짜를 옮겼다. 어린이날 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프라이즈 K팝 콘서트’와 같은 날 예고된 아시아 최초 DJ 중심 댄스 축제인 ‘월드DJ페스티벌’도 취소됐다.
공연 취소가 이어지면서 영세한 기획사와 인디밴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록 밴드나 DJ, 인디 뮤지션 등은 생계형 뮤지션이자 기획사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뷰티플 민트 라이프 측 기획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행사가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며 “공연을 24시간도 안 남기고 대관주체가 행사를 취소한 것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음악이 국가적인 재난에 서로 마음을 다독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는데 이해 못하는 문화가 아쉽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잇따라 공연이 취소되면서 공연업계와 뮤지션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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